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축산업이 미국 언론의 기후 보도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화석연료와 교통, 제조업 등 전통적 원인에 집중하는 사이, 전체 식품 시스템 배출의 60%를 차지하는 축산업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아 정보 전달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주요 언론의 기후위기 보도에서 축산업의 영향이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육류와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 생산은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20%를 차지하고, 농업용지의 80%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는 대부분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축산업 배출이 올해를 정점으로 2030년까지 절반 이상 줄어야 한다고 경고하지만, 실제 언론 보도는 화석연료, 에너지, 교통 등 전통적인 원인에 집중하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 비영리 언론 감시단체 센티언트 미디어가 보스턴 글로브, 뉴욕타임스, CNN, 로이터 등 주요 11개 언론사의 기후 관련 기사 940건을 분석한 결과, 축산업을 언급한 기사는 11%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축산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맥락 속에서 설명한 기사는 단 36건, 전체의 3.8%에 그쳤다. 분석 과정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사 속 키워드를 추출한 뒤 연구진이 개별 검증을 거쳤다.
그 결과 언론의 기후 보도는 광업·제조업·에너지(56%), 화석연료(50%), 교통(34%)에 집중됐으며, 축산업은 가장 적게 다뤄졌다. 축산업은 식품 시스템 배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식품 시스템은 화석연료 다음으로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심각한 불균형을 보여준다.
언론사별 차이도 뚜렷했다. 뉴욕포스트는 전체 기사의 14%에서 축산업의 기후 영향을 맥락화하며 비교적 높은 비중을 기록했지만, CNN과 월스트리트저널은 관련 언급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기후 기사 중 16%에서 축산업을 언급했으나 그중 실제로 연관성을 설명한 기사는 6%에 그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보스턴 글로브도 2%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편향적 보도의 배경에 강력한 축산 로비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애미대 제니퍼 재켓 연구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고기 업계는 최소 1989년부터 기후영향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축소하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 같은 활동은 소고기의 기후영향이 논란거리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결국 언론 보도에서도 해당 주제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제니 스플리터 센티언트 미디어 편집장은 “육류의 기후 영향을 다루는 보도는 개인적·정치적 논란과 맞물려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식품 분야의 배출 연구가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언론의 소극적인 태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기후 행동 중 하나지만, 미국인의 74%는 고기를 덜 먹는 것이 기후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은 독자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인 만큼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육류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단백 열풍이 식품 시장을 지배했고, 환경적·건강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생우유와 소기름이 다시 인기를 얻었다. 반면, 초가공식품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은 식물성 대체육은 판매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비 현상이 역행하는 시점에 언론이 축산업의 기후영향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스플리터 편집장은 독자 관심 부족보다는 음식과 기후처럼 첨예하게 갈라진 주제에서 오는 피로감이 언론의 보도를 위축시킨다고 진단했다. 그는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식단 변화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한계는 무엇인지 등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민의 생존 문제만 조명하는 기사에서 벗어나 배출의 원인과 연구가 제시하는 해결책, 대응하지 않을 경우의 결과까지 함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 기자들이 현장을 깊이 취재해 더 정교하고 풍부한 보도를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