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짧은 기간의 식단 변화만으로도 지방간 환자의 간과 뇌 건강이 함께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연구팀은 초기 단계의 지방간 질환 환자들이 2주 동안 저칼로리 또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실천한 결과, 간 지방이 줄어드는 동시에 뇌 대사물질 수치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안드리아나 P. 헤일리 텍사스대 임상심리학 교수는 “짧은 식이 조절만으로 염증과 신경 독성을 알리는 뇌 대사물질이 감소했다”며 “식습관 변화가 간뿐 아니라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대사기능장애 연관 지방간질환(MASL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MASLD는 전 세계 성인의 약 38%가 앓고 있는 가장 흔한 만성 간 질환이다. 이 질환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 등과 관련이 있으며, 주의력 저하나 일상생활 계획 능력 감퇴 등 인지 기능 저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MASLD 환자들을 무작위로 나누어 2주간 저칼로리 혹은 저탄수화물 식단을 실천하게 했다. 실험 전후로 참가자들은 건강검진과 뇌·간 MRI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전체 참가자의 97%에서 간 지방이 줄었고, 77%는 뇌 내 글루타메이트(glutamate) 수치가, 70%는 미오이노시톨(myo-inositol) 수치가 감소했다. 두 물질은 높을수록 염증과 신경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일리 교수는 “불과 2주 만에 뇌 대사물질의 변화를 확인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이전에는 이처럼 빠른 반응이 가능하다고 여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단기간의 식이 변화만으로도 뇌 기능과 대사 건강이 동시에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MASLD가 2040년까지 전 세계 성인의 절반 이상인 5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식습관 관리가 간 질환뿐 아니라 인지 저하 예방에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헤일리 교수는 “단기간이라도 실천 가능한 식단 조절이 인지 기능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대사 건강을 조기에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생애주기별로 식이 조절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를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헤일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 임상시험의 출발점으로, 앞으로 보다 정교한 뇌·대사 건강 관리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