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을 묻다, 7일 연재] ④ 비건과 건강, 어디까지 말할 수 있나

  • 등록 2026.01.07 09: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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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비건 식단을 둘러싼 논의에서 건강은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자, 동시에 가장 쉽게 단정되는 영역이다. 비건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되지만, 이 두 문장은 모두 충분한 설명 없이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비건 식단이 건강과 연결되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식물성 위주의 식사는 특정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영양소 구성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과 전제가 생략된 채, 비건이 곧바로 ‘건강한 식단’ 또는 ‘위험한 선택’으로 일반화된다는 점이다.

 

특히 비건을 둘러싼 정보는 선택적으로 소비되기 쉽다. 긍정적 사례는 강조되고, 개인의 상황이나 관리 조건은 뒷전으로 밀린다. 이 과정에서 건강은 과학적 판단의 영역이라기보다, 신념을 뒷받침하는 근거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건강이 논쟁의 도구가 되는 순간, 실제로 고려돼야 할 맥락은 사라진다.

 

건강 문제를 개인의 관리 능력으로 환원하는 구조도 반복된다. 비건 식단을 유지하다가 컨디션 변화나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 책임은 대부분 개인에게 돌아간다. 어떤 정보를 참고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실천했는지, 사회적 지원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거의 제기되지 않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건강 담론이 비건 실천의 기준처럼 작동한다는 점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아니면 비건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비건은 윤리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몸 관리 전략으로 축소된다. 이 경우 건강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선택 자체가 정당성을 잃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비건과 건강의 관계는 분명 중요한 주제다. 그러나 이 관계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비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상태, 식단 구성, 정보 접근성, 생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조건을 배제한 채 결론만 앞세우는 논의는 오히려 혼란을 키운다.

 

비건과 건강을 둘러싼 질문은 ‘좋다’ 또는 ‘나쁘다’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 말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조건을 붙여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문제다. 이 구분이 명확해질 때, 건강은 비건을 판단하는 잣대가 아니라 이해를 돕는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

김민영 기자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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