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박민수 기자] 우리는 변화를 과잉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새로움은 곧 경쟁력이라는 명제가 상식처럼 굳어졌고, 산업의 언어는 ‘업데이트’, ‘리뉴얼’ 같은 단어로 채워진다. 문제는 속도 그 자체가 가치의 기준이 되면서, 무엇이 좋은 변화이고 무엇이 불필요한 변화인지 가려내는 능력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바뀌는 것이 많을수록 남는 것은 적어지고, 남는 것이 적을수록 신뢰는 희소해진다.
이런 환경에서 한 자리에서 오래 이어진 가게는 단순한 ‘오래된 곳’이 아니다. 시간은 저절로 쌓이지 않는다. 하루 단위로 반복되는 선택과 관리가 없으면 오래됨은 곧 낡음이 된다. 반대로 오래 이어진다는 사실은 성실함과 기준의 지속성을 전제로 한다.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유행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내부 기준이 있다는 의미다.
부암김밥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맛과 인기부터 떠올리겠지만, 먼저 주목할 지점은 ‘같음’을 유지하는 구조다. 같은 메뉴를 같은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품질 관리와 노동의 체계에 가깝다. 쌀의 상태, 재료 수급, 손의 감각, 작업 동선, 위생과 안전, 사람의 컨디션까지. 변하지 않는 결과를 위해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점검과 조정이 이뤄진다.
속도의 시대에 우리가 배울 지점이 있다면 바로 여기다. 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은 무조건 새로움으로 달려가는 일이 아니라,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지키는 일은 느려 보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고객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그 기대를 어떤 과정으로 충족시키는지, 그 과정이 흔들릴 때 무엇을 먼저 고쳐야 하는지를 아는 일이다. 꾸준함은 감성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이번 인터뷰는 특별함을 증명하기보다 지속성을 해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화려한 혁신을 말하기보다 반복되는 하루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를 묻는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느리게 쌓이는 신뢰는 어떤 조건 위에 성립하는지, 한 사람의 기준이 한 가게의 정체성이 되는 과정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부암김밥 김대영 대표의 답은 그 질문들에 대한 기록이다.
Q. 부암김밥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부암동 골목에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김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유행을 쫓기보다는 기본을 지키고, 오래도록 찾게 되는 김밥을 목표로 삼았다.
Q. 브랜드명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
A. 빌딩 숲이 아닌 부암동이 가진 튀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부암김밥에도 담고 싶었다. 매장을 찾는 분들 역시 그런 느낌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길 바랐다.
Q. 다른 김밥집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A. 특별히 다른 점을 내세우기보다는, 오래 김밥집을 운영해 온 사람이라면 공감할 기준을 지켜왔다. 모든 메뉴에 ‘과정의 기준’을 두고, 단순한 메뉴라도 방식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
Q.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A. 밥과 속 재료의 균형이다. 중심 재료의 맛은 살리되, 다른 재료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씹을수록 편안한 맛이 나도록 한다. 첫입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만족감을 주는 것이 목표다.
Q. 메뉴 구성에서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A. 잠깐 유행하는 메뉴보다는 오랜 시간 다시 찾게 되는 평범한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만들 때도 그 기준을 유지하려 한다.
Q.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유행을 따르거나 자극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편법을 쓰지 않고 늘 해오던 방식 그대로 음식을 만들어 왔다.
김대영 대표는 인터뷰 내내 ‘기본’과 ‘균형’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재료 선택부터 조리 방식, 운영 태도까지 모든 답변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 일관성이 부암김밥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였다.
Q. 단골손님이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A. “한결같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다시 찾아주셨다는 건 입에 맞는 집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Q.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A. “음식으로는 속이지 말자”는 원칙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직접 모든 과정을 확인한다. 내가 힘든 만큼 고객은 계속 찾아준다고 믿고 있다.
Q. 매장 운영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A. 늘 해오던 습관과 방법을 지키는 것이다. 특히 하절기인 6월부터 9월까지는 식재료 관리를 예민할 정도로 신경 쓴다.
인터뷰 내내 대표의 말은 화려하지 않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처럼 모든 답변은 같은 방향을 향했다. 부암김밥이 10년 넘게 지켜온 것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매일 같은 기준을 이어가는 일이다. 그 기준이 쌓여 지금의 부암김밥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