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심혈관 대사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건강한 식물 기반 식단을 따를 경우 사망 위험이 낮아지고 수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심장학회 연례 과학 세션(ACC.25)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비만, 당뇨병, 심장병과 같은 심혈관 대사 질환 환자들에게 건강한 식물 기반 식단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연구들은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식물 기반 식단의 이점을 평가해왔으나, 이번 연구는 심혈관 대사 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연구를 주도한 장링 첸(Zhangling Chen) 박사는 “심혈관 대사 질환이 있는 집단에서 건강한 식물 기반 식단을 더 잘 따르는 것이 총 사망률, 심혈관 질환 및 암 사망률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유의미한 연관이 있었다”며 “건강한 식물 기반 식품의 섭취를 늘리고, 건강하지 않은 식물 기반 식품과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혈관 대사 질환은 유전적, 환경적, 생활 습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신체의 음식 처리 방식과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약물은 질환 관리를 돕지만, 올바른 식단과 생활 습관이 질환의 악화를 막고 심장병 및 암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연구진은 영국, 미국, 중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전향적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수집된 데이터 세트에는 2006~2022년 동안의 영국 바이오뱅크(UKB)에서 5만 5000명의 성인, 1999~2018년 동안의 미국 성인 1만 8000명, 2006~2018년 동안의 중국 성인 4500명이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24시간 식이 회상 인터뷰 또는 식이 설문지를 통해 응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두 가지 지수에서 점수를 부여받았다. 건강한 식물 기반 식단 지수에서는 채소, 과일, 전곡, 콩류, 차 및 커피 섭취량이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반대로 정제된 곡물, 감자, 설탕이 첨가된 음료 및 동물성 식품을 많이 섭취한 경우 건강하지 않은 식단 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 결과, 건강한 식물 기반 식단을 더 잘 따르는 것이 모든 원인, 심혈관 질환 또는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17~24% 낮추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하지 않은 식물 기반 식단을 따르는 것은 사망 위험을 28~36%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연령, 인종, 성별, 흡연 여부, 음주 습관, 체질량지수, 신체 활동 수준 등 혼란 요인을 조정한 후에도 이러한 결과가 일관되게 유지됐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과 미국의 연구 참가자는 평균 연령이 57~59세인 반면, 중국 참가자는 평균 84세로 연령대가 높았지만 결과는 유사했다.
한편, 별도의 연구에서는 건강한 음료 패턴을 따르는 것이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건강한 음료 패턴을 차, 커피, 저지방 우유가 많고 알코올, 전지방 우유, 과일 주스, 설탕이 첨가된 음료 및 인공 감미료가 적은 것으로 정의했다.
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심혈관 대사 질환 환자들이 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선택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질환을 관리하는 비용 효율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자가 보고된 식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으며, 이후 식단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또한 일부 혼란 요인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웠으며, 보다 다양한 글로벌 인구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