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비건법’ 시급하고 불가피한 이유

  • 등록 2025.05.09 23: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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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비건뉴스=서인홍 기자] 오늘날 우리는 ‘작은 지구-큰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지구는 더 이상 인간 활동을 흡수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지구 자체의 존립이 인간으로 인해 위협받는다. 지배적 경제체제인 자본주의도 생산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 환경에 미친 부수적 피해는 원칙적으로 무시한다. 기상이변 사태들과 세계 식량과 자원의 불안정성 등 넘쳐나는 환경 재해가 사상 최초로 세계 경제에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인류는 산업문명 전체에 대해 적절한 전 지구적 질문을 던져야 하고 인간과 자연, 그리고 지구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러한 고민에서 비건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동선은 법이 정당화되는 근거다. 만약 현대의 법체계가 이러한 지구공동체의 공동선이란 목적을 간과한다면 그것은 법의 부패이고 주권 국가로서의 정부가 남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인류 사회와 각 나라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늦지 않게 인간 법체계를 ‘지구 중심적’으로 전환하고 ‘지구 공동체의 한 구성 종으로서의 인류’의 존속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글로벌 가버넌스 즉 지구관리 체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법체계에 지구와 지구 생명체의 권리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동물권에서 더 나아가 생명권이나 지구권을 헌법에 명시하게 되면 경제개발 시 생태적 상쇄효과도 자연스레 고려하게 될 뿐 아니라 생태적 악화가 경제발전으로 가장될 때 시민들이 법에 호소도 가능하게 된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외부비용을 내부화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셋째, 법률과 조세. 보조금과 인센티브 등 시민들의 선택을 조정하는 정부의 오랜 역할에 혁신적 전환이 요구된다. 좋은 선택은 장려하면서 나쁜 선택은 억제하는 정부의‘선택 편집’이 모든 지속가능한 선택을 강화하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

 

 

넷째, 고기는 물을 낭비하고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리고 팬데믹과 세계 자원 및 ‘지구 행성 경계’에 어마어마한 부담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무엇이 책임있는 행동인가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며, 음식이 빚어내는 윤리적 문제와 환경비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육식은 이제 ‘인류세’시대에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할 행위가 되었다.

 

◇ 지속가능한 선택의 기본 옵션이 되는 비건법

 

그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와 소비패턴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 지구의 과시적 소비 경쟁과 소비 지상 문화를 해체하며 생명 존중·생태계보호·윤리적 소비를 선도하는 비건채식을 장려하는 비건법 제정이 검토되는 이유이다.

 

보조금 제도만 살펴보자. 유엔에 따르면 환경에 미치는 외부효과가 1위와 2위인 축산업과 화력발전이 가장 보조금이 많다. 축산업이나 화학농의 보조금을 소농 위주의 유기농을 장려하는 방향에 쓰면 우리의 건강과 기후, 자연 이 세 가지를 모두 보호할 수 있다. 환경부 예산에 비해 환경파괴에 지원한 보조금만 수십 배 많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비건법은 축산업 특히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 및 건강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불러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을 지적한다. 사육자들은 그저 더 많은 생산에 보상을 주는 이런 시스템에 갇힌 것뿐이고 이를 개선하고 전업을 돕는다면 이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다.

 

 

◇ 인간의 미래를 위협하는 거의 모든 유형의 환경파괴의 주범

 

특히 임계점을 치달리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및 자원고갈 등 지속가능성 위기에 비건법은 미래의 탄소 흡수원이자 생물권의 타고난 회복력을 재생하고 강화하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첫째, 인류가 파리 협정에 따라 화석 연료 배출을 즉시 중단하더라도 기존 식량 시스템의 배출만으로도 지구 온도를 1.5도 이상 상승할 수밖에 없고

 

둘째, 지구회복력의 경계선이자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협상에서도 국제사회의 목표를 설정하는 기준 역할을 해온 지구 행성 경계에 있어 현재 의 육식 관행과 글로벌 식량 시스템은 9개의 행성 경계에 모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임계점을 치닫는 5개 행성 경계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

셋째, 현재 지구 온난화 중 약 0.5°C는 메탄(CH4) 배출에 기인하며 지구 온난화의 효과적인 단기 완화를 위해 CH4 배출을 해결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 그리고 세계 식량 시스템은 인위적인 메탄 배출의 54% 이상에 기여했으며 이 중 36%는 식용으로 사육된 동물로 인한 것이다. 메탄 배출을 완화하면 지구 온난화 속도를 빠르게 늦출 수 있고, 사회의 신속한 탈탄소화를 위한 필수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지구상 농경지의 77%는 가축을 기르는 데 직접 사용되며 23%는 작물을 기르는 데 사용되고 농작물의 절반이 가축에게 먹이를 주기 때문에 축산업은 지구 농경지 면적의 86%를 차지한다. 동물성 제품이 없는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은 식량의 토지 사용량을 약 31억 헥타르(75% 감소)만큼 줄일 수 있어. 이는 기후 위기를 완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60% 회복하며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수라는 점.

 

◇ 인류세 시대의 서사와 공장식 축산

 

문제의 원인이 된 사고방식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놓고 생명과 자연을 도구로만 여기는 세계관은 우리 본연의 연민과 자각을 축소하고 마비시키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관이다.

 

글로벌 공공재나 경제적 외부효과란 용어들도 인간과 자연이 서로 별개의 실재라는 패러다임에서 비롯된다. 이제 작은 지구의 큰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같은 공공재의 일부이며 전 지구적 상호의존망의 세계에서 외부효과란 있을 수 없다. 인류세에서는 우리 모두가 글로벌 공공재를 공유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이미 기후비상사태를 통해 인간과 동물, 식물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대기권까지 뻗어 있는 생물권 전체를 멸종위기에 놓인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이 모든 생명체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우리의 일상에 상당 부분 스며들고 있다. 사람들은 식재료로 쓰이는 동물의 고통, 그 고기를 먹고 그들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인간들의 고통, 그 동물들을 먹이는 곡물이라면 충분히 배부를 수 있는 굶주린 사람들의 고통, 생태계와 다른 피조물, 그리고 다음 세대에 무의식적으로 가해지는 고통은 서로 연관되어 있음에 눈뜨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날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사육되고 도축되는 가축을 인류가 소비하고 처분하는 방식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이다. 그 고통과 처참함은 역사상 일어난 모든 전쟁이 만들어낸 비극을 다 합한 것보다도 크다. 공장식 축산을 통해 사육당하고 도축 당하는 가축의 운명은 이 시대에 우리에게 던져진 가장 시급한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다.

 

 

◇ 작은 지구-큰 세계를 위한 비건법

 

첫째, 비건법은 동물권은 물론, 지구공동체도 인간의 법률에 통합되어야 할 근본적 권리를 갖음으로써 환경뿐 아니라 건강 복지를 비롯한 모든 측면에서 인간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닌 동물과 식물 모두에게 이로운 길을 찾을 것을 명시한다.

 

둘째, 비건의 기후변화와 전염병 창궐 및 만성질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고려하며 일상의 밥상에서 생물권과 지구 경제에 미치는 유의미한 관계를 확인하고 실천함으로써 시민적 역량의 강화와 함께 시민권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공동체의 범위를 확대한다. 생활 속의 시민권 행사는 커다란 이슈들에도 지렛대 역할을 하며 민주주의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갖는 힘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성차별 인종차별 등의 개선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지 효율성을 성패의 궁극적인 척도로 삼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항상 좀 더 선한 인간의 본성을 기억하며 반대편을 포옹하려는 긴 인고의 노력이 있었다.

 

◇ 일상의 민주주의와 마음

 

민주주의 성취의 핵심은 마음이다.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습관 즉 공감의 확장이 없었다면 민주주의 헌법 조항에 담긴 당위와 현실, 그 사이의 자신의 세대뿐만 아니라 영원히 채워지지 못할 수도 있는 비극적 간극을 시민공동체의 창조적 형성 쪽으로 메꿔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마음은 이제 생물권 전체에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어떻게 전체 생물권을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모든 나라 모든 시민의 관심사여야 하기 때문이다.

 

삶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꿔야 하고 마음을 바꾸려면 음식을 바꿔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음식은 뭇 존재의 상호 협력과 희생이 깃든 우주의 선물이자 풍요와 감사의 체험이다. 비건은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한 생명이라는 확장된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인류 본성에 공감과 연민의 씨앗을 발현한다. 뭇 생명과 경제 생태계 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마음 살피기에 기초하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구현한다.

 

비건법은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외면해 왔지만, 민주주의 성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북돋는다. 비건법은 뭇 생명과 공생하는 인간성 회복의 혁명적 징표로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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