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대학 캠퍼스 식당에서 주 1회 ‘고기 없는 날(Meat-Free Day, MFD)’을 도입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 감소, 당류 섭취 증가, 매출 하락 등 부작용도 확인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로잔의 명문 공과대학인 EPFL(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과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18개월 동안 대형 대학 캠퍼스 내 12개 구내식당에서 주 1회 MFD를 시행하고, 총 40만 건이 넘는 식사 구매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MFD가 환경, 영양,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했다.분석 결과, MFD를 시행한 날의 식단은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52.9% 감소했다. 곡물과 채소 위주의 메뉴로 인해 식이섬유 섭취는 26.9% 늘었고, 콜레스테롤 섭취는 4.5% 줄었다. 이는 단 하루의 식단 변화만으로도 환경과 건강 지표가 동시에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는 27.6% 줄었고, 당류 섭취는 34.2% 늘었다. 이는 일부 채식 메뉴가 단백질이 부족한 대신 당분이 높은 디저트나 가공식품으로 대체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소비자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MFD 시행일에는 식당 이용객이 줄어 매출이 평균 16.8% 하락했다. 이는 일부 학생과 교직원이 외부 식당을 이용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MFD는 기후변화 대응과 식습관 개선의 잠재력이 크지만, 영양 불균형과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단백질·미량영양소 보충 메뉴 개발, 소비자 인식 개선 캠페인, 선택권 보장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대학, 기업 구내식당, 공공기관 급식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하루만 고기를 빼더라도 온실가스 절감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ESG 경영과 환경 정책에 활용 가능성이 높지만,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맛있고 균형 잡힌 채식’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