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최근 국제 학술지(2025년 ‘An update on captive cetacean welfare’)에 게재된 고래류 사육 환경 종합 검토 연구와 영국 비영리기관 고래·돌고래보호단체(WDC)가 발표한 ‘The state of whale and dolphin captivity in 2025’ 보고서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수족관에서의 돌고래·고래 사육이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두 자료 모두 인공 수조가 고래류의 기본적 생리·행동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리 방식 변화만으로는 근본적 개선이 어렵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해당 연구는 장거리 이동과 깊은 잠수, 복잡한 사회적 교류 등이 고래류의 자연 생태에서 핵심적 요소임에도, 수조 환경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충분히 재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래류는 넓은 해역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양한 자원과 사회적 자극을 경험하지만, 수조에서는 제한된 구조 속에서 반복 동선만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육 환경에서는 먹이 활동이 정해진 일정과 공급 방식으로 제한되며, 자연 상태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탐색·사냥 행동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행동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적 관계의 인위적 구성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고래류는 자연에서 선택적 유대와 복합적 집단 구조를 형성하지만, 수조에서는 구성원이 인위적으로 배열되고 갈등 상황에서도 충분한 회피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 보고서에서 언급됐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고래류 집단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자율성이 중요한데, 인공적 집단 구성은 스트레스를 장기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족관에서 이뤄지는 번식 관리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일부 기업이 번식 중단을 선언한 사례가 있으나, WDC 보고서는 여러 시설에서 여전히 번식이 부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번식이 지속될 경우 사육 개체 수가 늘어나고 수조 기반 관리가 장기화돼 복지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고래류가 가진 음파 기반 공간 인지 능력이 수조 환경에서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래류는 광범위한 음향 신호를 주고받으며 주변 정보를 파악하지만, 인공 수조의 음향 반사·제한 구조가 이러한 능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체적 영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수조 생활은 치아 손상, 스트레스성 질환, 반복 행동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단조로운 환경과 물리적 공간 제약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연구는 향후 대안으로 해안가 자연 환경을 기반으로 한 해양 보호시설 전환을 제시한다. 2025년 발표된 ‘Accredited ocean sanctuaries for transforming captive cetaceans’ 연구는 인근 바다와 연결된 넓은 보호구역이 고래류의 행동 자율성과 환경 자극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해양 보호시설은 전시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복지 중심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족관 기반 사육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중장기적으로 보호구역 전환 등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