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텍사스 A&M대 연구진이 국제우주정거장과 중국 톈궁2호에서 재배된 상추의 영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지상 재배 상추 대비 칼슘 함량이 약 30퍼센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국제 우주기관들은 장기간 임무에서 신선 채소 재배를 필수 요소로 다뤄왔으나, 이번 자료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수분·미네랄 이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는 우주 식단이 뼈 건강과 면역 기능 유지 측면에서 충분한 대안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했다.
연구진은 지상과 동일한 조명·주기 조건에서 재배된 대조군과 우주 재배 잎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칼슘과 마그네슘은 감소한 반면 칼륨은 상승하거나 유지됐으며, 철 함량은 변동 폭이 컸다. 텍사스 A&M대 연구책임자인 B. 바르베로 바르세닐라 연구팀은 미세중력 상태에서 식물의 수분 이동과 광합성 반응이 달라지면서 영양 성분에도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진행된 상추 항산화 물질 분석에서는 페놀 화합물 감소가 확인됐으나 전체 항산화 활성은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는 단순한 품질 저하가 아니라 우주 환경에서 유도되는 스트레스 반응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주 비행 중 식물 내 카로티노이드 축적이 줄어드는 경향이 관찰됐다. 카로티노이드는 시각·면역 기능을 지지하는 색소로, 부족할 경우 방사선 환경에서의 보호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됐다. 반면 칼륨처럼 특정 영양소는 톈궁2호 재배에서 오히려 높게 나타나는 등 영양 성분 변화가 단일 방향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우주 비행의 생체 영향과 식물 반응은 서로 연결돼 있다. 연구진은 우주 비행 중 칼슘 관련 유전자 163개를 검토한 결과 일부가 우주 환경에서 변화했으며, 이는 우주 비행사의 골 손실 지표 상승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관련 문헌에서는 장내 미생물 구성 변화와 장 투과성 증가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NASA는 현재 ‘플랜트 해비타트07(Plant Habitat 07)’ 실험을 통해 수분 조절이 영양 성분과 미생물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지상 통제군에서는 ‘아우트레저스’ 로메인 품종이 수확돼 비교 자료로 사용됐다.
우주 농업 개선 방안으로는 미네랄 함량을 높이는 생물강화(biofortification), 특정 영양 결핍을 보완하는 맞춤 영양 보조 전략,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채소·허브 재배 등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콩나물, 파슬리, 마늘 등을 우주 재배 후보 작물로 검토 중이다.
또한 발효 식품 생산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NASA는 30일간의 미소 발효 실험에서 미세중력 환경에서도 안전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발효식품이 장내 미생물 균형과 장벽 기능 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 우주 장기 임무 식단의 보완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화성 임무에서는 초기에 저장 식량에 의존하나, 중후반에는 우주 재배 작물이 건강 유지의 핵심이 된다. 연구진은 미네랄 손실이 큰 환경에서 식품 내 칼슘 감소가 골 손실과 겹칠 경우 피로·골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우주 식단을 의학적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영양소 흡수 가능성(생체이용률) 중심의 작물 선정, 실시간 광물질·페놀 측정 센서 도입, 단계별 수분·염도 관리 등 재배 시스템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NPJ Microgravity에 소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