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감정은 회복됐지만 성생활은 끝내 복원되지 않는 부부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박소영 소장은 “성은 대화나 정서 회복만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영역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13일 비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부부 상담 현장에서는 장기간 무성(無性) 상태를 겪은 뒤 외도나 관계 위기를 계기로 감정은 회복됐지만, 성적 친밀감은 회복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를 단순한 성기능 문제로 접근하면 오히려 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 사례로 결혼 후 임신과 육아를 계기로 성생활이 중단된 뒤 약 15년간 무성 상태를 이어온 한 부부를 소개했다. 해당 부부는 육아와 고부갈등, 반복된 일상 속 피로가 누적되며 신체적 접촉 자체가 어색해졌고, 이후 남편의 외도가 드러나며 관계가 위기에 놓였다.
박 소장은 “이 부부는 외도 이후 관계를 끝내는 대신 다시 살아보기로 결정하고 약 3년간 상담을 진행했다”며 “대화와 정서적 교류는 눈에 띄게 회복됐고 가족 분위기도 안정됐지만, 성생활만큼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내가 ‘남편에게 더 이상 여자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음에도 실제 성관계 시도는 반복적으로 실패하며 또 다른 좌절이 쌓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 지점에서 많은 부부가 깊은 상실감과 자기 부정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성은 감정과 분리된 기능 문제가 아니라, 정서·신체·심리·습관·과거 경험이 복합적으로 얽힌 영역”이라며 “오랜 기간 단절된 성은 ‘어색함과 부담’이라는 기억으로 몸에 고착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례의 경우 남편은 이미 아내와의 성을 부담스러운 경험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외도 이후의 죄책감이 성적 수행불안으로 이어지면서 회피 패턴이 강화됐다”며 “성욕이 낮은 상태에서 억지로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성 자체를 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굳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정서 중심 상담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관계는 좋아졌는데 성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 이는 의지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며 “성심리와 신체 반응, 성적 친밀감을 함께 다루는 전문적인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다시 성관계를 하자’는 목표보다 ‘성의 새로운 패턴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성은 감정이 좋아졌다고 저절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안전 속에서 다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관계의 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관계를 회복하기로 선택한 순간, 친밀감은 언제든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며 “성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며, 이는 나이나 시간과 무관하게 부부가 다시 익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소장은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으로, 성심리와 부부·연인 관계를 중심으로 상담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성관계를 신체 기능이 아닌 관계와 심리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상담 모델을 제시해 왔으며, 저서로는 ‘관계 디자인’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