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이용학 기자] 최근 발표된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은 일상 속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직장인 중 62.1%는 업무 스트레스로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부담을 넘어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율신경계 이상, 즉 자율신경실조증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 박동, 혈압, 호흡, 체온 조절, 소화 작용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체계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며, 두 신경이 균형을 이루며 작동할 때 정상적인 생리적 기능이 유지된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 불규칙한 생활습관, 수면 부족 등이 누적되면 이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이러한 자율신경계 이상은 뚜렷한 외상이나 병변 없이도 신체에 전반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자각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이유 없는 피곤함, 쉽게 지치는 무기력함, 식욕 저하와 소화불량,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두근거림, 어지럼증, 손발 저림, 체온 변화, 그리고 눈 떨림과 같은 미세한 근육 떨림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겪을 수 있는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에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로 오해받기 쉽다.
눈 떨림은 특히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 시 자주 발생하는 증상 중 하나다. 안면의 미세한 근육이 비자발적으로 수축하는 현상으로, 신체 전반의 긴장 상태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대부분 일시적으로 발생하고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증상들과 함께 나타날 경우 자율신경계 이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율신경계의 이상은 심리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성적인 피로와 수면장애가 이어지면 정서적 안정이 깨지고, 불안감, 우울감,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자율신경실조증이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보고돼 있다. 자율신경계의 기능 저하는 단순한 신체 증상을 넘어서 사회적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환자의 증상 원인과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약물치료, 수액치료, 도수재활치료 등이 사용될 수 있으며, 신경계 기능 회복을 위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심호흡과 명상, 적절한 운동은 자율신경계의 균형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카페인, 음주, 흡연 등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떨림 증상도 자율신경계 이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본태성 진전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떨림 증상으로, 긴장이나 피로가 심할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손이나 머리뿐 아니라 목소리나 다리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사회적 위축이나 심리적 부담을 야기한다. 특히 머리떨림은 외부에 노출되기 쉬워 대인기피나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자율신경계 이상이 단지 신체의 불편함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자율신경계 이상은 연령과 무관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젊은 층에서도 장기간 스트레스와 과도한 긴장에 노출되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며,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파킨슨병이나 치매와 같은 뇌신경계 질환과의 연관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경도인지장애로 진행되기도 하며, 일상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자율신경계 이상은 명확한 외상이 없다는 점에서 초기 발견이 어려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신체가 보내는 미세한 경고 신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반복적인 소화불량, 만성 피로, 수면장애, 눈 떨림과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히 생활 리듬의 일시적 문제로 넘기지 말고, 신경계 이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일신경외과 조진호 원장은 17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율신경실조증은 단순한 피로나 컨디션 저하와 혼동되기 쉬워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며 “자율신경계 균형 검사를 통해 신경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약물치료와 도수치료, 생활습관 교정 등을 병행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