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정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들은 백신 접종 이후 복통이나 흉통과 같은 통증을 호소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이 내과적 질환으로 오인돼 각종 검사와 치료를 받지만, 대부분 “정상”이라는 결과만 반복되고, 결국 진통제나 위장약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닥터구글마취통증의학과의원 구재원 원장은 16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복통이나 흉통이 지속되는데도 내시경, CT, MRI 등에서 이상이 없다면, 그 원인은 위장이나 심장이 아닌 ‘신경’에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러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은 처음엔 종합병원을 찾지만, 반복되는 검사에도 이상 소견이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지쳐간다. 무엇을 먹어도 배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며 식욕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지만, 병원에서는 증상만을 완화하는 약을 처방할 뿐, 근본적인 원인에는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어 “이 통증의 실체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나 신경계의 과민 반응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경성 통증은 MRI나 내시경 같은 기계적 검사로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진단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코로나 감염 환자의 80% 이상이 위장관 증상을 경험했다는 발표가 있었고, 해외 주요 학술지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위장과 신경계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바이러스가 장 점막을 통해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고, 동시에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통증과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일부 이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감염 후에 나타나는 후유증과 유사한 신경계 반응이 드물지만 접종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백신 이후 나타나는 원인 모를 복통이나 흉통도 이러한 신경학적 메커니즘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증은 단순한 위장 문제로 치부하거나 '기분 탓'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고통은 실존할 수 있으며, 진단의 방향이 달라지면 치료의 실마리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구 원장은 지금까지 백신 이후 복통이나 흉통으로 수개월간 병원을 전전하던 환자들이 신경적 원인을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를 통해 일상으로 복귀한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구 원장은 “내가 분명히 아프다고 느끼는데도 검사는 정상이라며 이해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상이란 말이 통증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고통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이후 설명할 수 없는 복통이나 흉통이 계속되고 있다면, 이제는 “원인이 없다”는 진단에 안주하기보다 “아직 원인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신경학적 접근을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통증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실질적인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