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최근 학계에서 버섯이 가진 잠재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넘어, 인류 건강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차원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학술지 ‘푸드 사이언스 앤드 뉴트리션’에 실린 최신 리뷰 논문은 버섯에 포함된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과 영양학적 가치, 의약적 효능,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폭넓게 조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버섯은 테르페노이드,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알칼로이드 등 인체에 이로운 여러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들 성분은 심혈관 건강 개선, 항염·항균 작용, 만성질환 예방에 기여한다. 특히 β-글루칸을 비롯한 다당체는 면역세포 활성을 돕고, 항암 및 항당뇨 효과를 보이며, 일부는 체내 염증 반응 억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B12, 비타민 D2, 칼륨·셀레늄 등 미네랄도 풍부해 버섯은 영양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치료적 측면에서도 버섯의 잠재력은 뚜렷하다. 영지버섯, 표고버섯, 상황버섯 등은 항균과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고, 일부 추출물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임상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버섯 속 특정 물질은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통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종양 성장에 필수적인 혈관 신생을 억제해 항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신질환 치료 보조제로서 사일로사이빈의 활용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환경과 산업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도 주목된다. 버섯에서 추출한 키토산은 식품 포장재의 항균 원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미백·항노화 화장품 성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아울러 버섯은 대체육 원료로도 적합하다. 버섯과 대두 단백을 혼합해 만든 식물성 고기 제품은 맛과 영양을 모두 충족시켜 육류 소비를 줄이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발효 식품의 영양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며, 버섯 재배 후 남은 부산물은 축산 사료나 바이오연료로 활용돼 자원 순환에 기여한다. 특히 느타리버섯 등 일부 종은 중금속과 산업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을 보여 환경 정화에도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버섯이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의약품, 기능성 식품, 화장품, 친환경 산업 소재 등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새로운 생리활성 성분의 발굴은 심혈관질환과 신경퇴행성 질환, 암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으며,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솔루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버섯은 수천 년 동안 인간 식단에 포함돼 왔지만, 현대 과학은 이제 그 가치를 ‘먹는 것’에서 ‘치유하고 살리는 것’으로 확장하고 있다. 의학과 식품학, 환경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버섯은 미래 자원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며, 인류가 직면한 건강과 지속가능성의 과제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