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배양육의 상용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비건 식품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절기 환경 이슈가 부각되며 대체 단백 공급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배양육의 비건성은 여전히 논쟁적 주제로 남아 있다. 핵심은 동물 세포를 출발점으로 삼는 제조 방식이 비건 철학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국제 비건 단체들은 배양육을 비건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The Vegan Society는 공식 정의에서 비건을 “가능한 한 실천 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형태의 동물 착취와 잔혹성을 배제하려는 철학”으로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이 정의를 근거로 “배양육은 도축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동물 세포가 투입되는 만큼 비건 식품 범주에는 포함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단체가 배양육 자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별도의 성명은 내지 않은 상태다.
반면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배양육이 장기적으로 도축 감소에 기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PETA는 “배양육이 동물 농장 산업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단, 불필요한 동물 실험이 동반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보호단체는 ‘도축 회피’라는 실질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동물 유래 배지를 완전히 대체하는 배양 방식이 상용화 단계에서 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공개 자료 등에 따르면 비동물성 배지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으나, 전환 속도와 적용 범위는 기업별로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술적 과제가 해소될 경우 비건 단체의 내부 논의 지형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전문가들은 배양육이 비건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분류 문제를 넘어 윤리적 기준과 미래 식품 체계 전환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식품정책 전문가는 “배양육은 기존 축산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지만, 현재 정의상 비건 분류로 보기에는 개념적 공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기술 발전과 규제 기준이 소비자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배양육은 ‘비건이냐 아니냐’라는 이분법보다 ‘동물 착취와 환경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평가가 확장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와 기술적 진전이 이어질 경우 배양육의 위치는 앞으로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