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를 위해 산란계를 케이지 밖에서 사육하면 환경 부담도 줄어들까. 영국의 달걀 생산량을 유지한 채 사육체계를 바꾸는 시나리오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유기 방사 사육으로 전면 전환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토지 이용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케이지 사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에 공개된 연구는 영국의 달걀 생산체계를 개선형 케이지, 평사, 일반 방사, 유기 방사로 구분하고 8개 전환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달걀 생산량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온실가스 배출, 부영양화, 산성화, 토지 이용과 사육 중 폐사 규모 등을 추산했다. 현재의 사육방식 혼합 구조를 유기 방사 100%로 바꾸는 시나리오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60% 증가하고 필요한 토지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케이지프리 체계로 옮길 때 같은 양의 달걀을 생산하려면 더 많은 산란계와 사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 부담을 가른 주요 요인은 사료 효율이었다. 유기 방사 체계에서는 달걀 1㎏을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사료가 많고 유기 사료작물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료 생산량과 사육 개체 수가 늘면 경작지뿐 아니라 분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수질·토양 오염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케이지 사육의 낮은 배출량을 곧바로 높은 지속가능성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케이지프리 사육은 닭이 걷거나 날개를 펴고 횃대에 오르는 등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여지를 넓힌다. 이번 연구의 동물복지 평가는 주로 사육 중 폐사율과 달걀 생산에 필요한 개체 수에 초점을 맞춰 행동의 자유나 개체가 겪는 고통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측정하지는 않았다. 연구에 사용된 생산자료가 2009~2010년에 수집됐다는 점도 한계다. 이후 품종과 사료, 질병 관리, 방사장 운영 기술이 달라진 만큼 현재의 유기·방사 농장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연구진도 해당 자료가 영국 사육체계를 포괄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이지만 최근의 생산성 향상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이번 결과는 동물복지와 환경을 서로 대체할 목표로 볼 때 생기는 문제를 보여준다. 사육공간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케이지프리 체계의 질병과 폐사, 사료 효율, 분뇨 관리까지 함께 개선해야 복지 향상에 따른 환경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산란계 정책은 영국 연구가 가정한 전면적인 케이지프리 전환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기존 케이지의 마리당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 농가는 2027년부터 적용 대상이 된다. 난각번호 1번은 방사, 2번은 평사,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를 뜻해 사육면적 확대가 곧 케이지 철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동물복지 달걀을 둘러싼 논의도 사육방식의 명칭만으로 환경성과 복지 수준을 판단하기보다 사료 투입량과 폐사율, 행동환경, 토지 이용을 함께 비교하는 방향으로 넓어질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는 케이지프리 전환을 늦춰야 한다는 근거보다 복지와 환경을 동시에 개선할 생산체계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