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이스라엘의 푸드테크 기업 레밀크(Remilk)가 자국 4위 유제품 업체 가드 데어리즈(Gad Dairies)와 손잡고 정밀발효 단백질을 활용한 비동물성 음료 ‘더 뉴 밀크(The New Milk)’를 선보였다. 이번 협업으로 두 회사는 카페, 레스토랑, 호텔 등에 바리스타용 음료를 우선 공급하고, 내년 1월에는 일반용과 바닐라향 제품을 대형마트에 출시할 예정이다.
레밀크는 2019년 설립 이후 미생물 발효 기술을 통해 젖소 단백질과 동일한 구조의 ‘베타 락토글로불린(beta-lactoglobulin)’을 생산해왔다. 이 단백질은 음료 단백질 중 약 65%를 차지하며, 유화력과 거품 형성, 점탄성 등에서 높은 기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기반으로 만든 음료가 영양적으로 우수하고, 맛과 질감 면에서도 기존 우유와 구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더 뉴 밀크’ 제품은 레밀크가 개발한 재조합 유청 단백질에 시어버터와 코코넛유, 천연향료, 식이섬유, 비타민 D·E, 칼슘 등을 배합해 제조됐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기존 축산 기반 우유 대비 97% 적으며, 토지 사용량은 99%, 물 사용량은 90% 이상 줄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가드 데어리즈의 아미르 아하론 최고경영자는 “이번 제품은 낙농업의 전통과 첨단 기술이 만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지속가능성과 품질, 그리고 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레밀크는 이미 이스라엘을 비롯해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등 4개국에서 정밀발효 단백질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2023년 이스라엘 최초로 규제 승인을 획득했으며, 지금까지 약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2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레밀크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아비브 울프는 “소 없이 만든 진짜 우유를 통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가드 데어리즈와의 협업은 맛과 품질을 동시에 갖춘 혁신의 완성”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시장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2%가 일반 우유를, 61%가 식물성 대체음료를 섭취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두 종류를 모두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55%는 “기존 식물성 음료의 맛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해, 새로운 형태의 우유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66%가 유대교 식단법(코셔)에 따라 고기와 유제품을 구분해 섭취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고기 식사 후에도 맛이 동일한 비유제품 음료가 있다면 커피에 넣어 마시겠다’고 답했다. 이는 비동물성 유제품의 수요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더 뉴 밀크’는 락토스가 없고 코셔 파레브(Kosher-Pareve)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기존 우유보다 당 함량이 75% 적으며 750ml 용량당 한화 약 46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가드 데어리즈 측은 “이번 협력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과학과 전통의 조화를 통한 유제품 산업의 글로벌 전환점”이라며 “맛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