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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미의 유기농 비건라이프 칼럼] '가정의 달' 케이크, 비건이어야 하는 이유

동의보감에는 음식과 약의 뿌리가 같다는 뜻의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표현이 있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라는 같은 맥락의 말을 남겼다. 이처럼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식은 에너지 공급원을 넘어서 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유기농문화센터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당연한 진리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기농 채식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힘쓴다. 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이 비건뉴스 독자를 위해 지구와 나를 지키는 유기농 채식 문화에 대한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동물을 키우고 먹이기 위해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아산화질소를 줄이는 게 지구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지난 2019년 9월 21일부터 한국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행진이 진행됐다. 2022년 9월 24일도 많은 사람들 틈에 필자도 있었다. 

 

세계적인 기후 행진에 윤리적인 부분이 크지 않게 진행이 됐으나 2023년 세계비건기후행진은 비건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어 의미가 깊다. 또한 5월은 '가정의 달'이라서 행사 때마다 준비하는 케이크와 함께 윤리적인 소비, 즉 케이크에 생명이 담겨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길게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폭력은 포유동물 여성 인간에게 고스란히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먹는 게 날씨다'의 근본 이야기를 한다.

 

◆ 우유는 송아지를 위한 것

 

낙농업은 어미 소에게서 송아지를, 송아지로부터 어미의 젖을 강탈하는 도둑질이다. 감각이 마비된 인간은 이것이 얼마나 잔인한 행위인지, 더 커다란 관점에서 여성인간의 여성적인 원리를 억압, 유폐, 착취하는 현 문화의 근원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지 못한다.​ ​

 

 

모든 포유동물의 어미는 갓 낳은 새끼가 위험에 처할 때 말할 수 없는 정서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깊은 모성애는 여성인간뿐 아니라 개, 곰, 고양이, 닭, 코끼리, 원숭이, 고래, 새와 같은 여성 동물에게서도 확인된다. 모성애는 포유동물의 명백한 특징이다.

수많은 포유동물 중에서도 소는 모성본능을 가장 뚜렷하게 지닌 동물로 꼽혀왔다. 어미 소의 부드럽고 참을성 있는 눈, 새끼를 핥고 젖을 먹이고 보호하는 조심스런 움직임, 새끼를 빼앗겼을 때의 긴 울음을 떠올려본다. 그녀는 새끼를 빼앗아가는 손길에 맞서 싸우지도 인간의 언어로 우리에게 항변하지도 못한다. 여기에는 깊고 무서운 죄가 깃들어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조상은 소젖을 강탈하고 어미와 새끼의 목숨을 앗아왔다. 이 모든 악행을 신이 우리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했다는 신화로 합리화해왔다. 엄청난 규모의 수치스러운 폭력을 자행하면서 어찌 감히 평화를 희망할 수 있겠는가?

 

어미와 분리된 송아지는 예외 없이 잔혹한 학대를 받고 어미 소는 그 사실을 분명히 인식한다. 동물들은 놀라울 만큼 날카로운 감수성을 지녔다. 어미 소들은 자신을 가두고 강간하고 더 많은 젖을 짜내려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사악한 손이 새끼에게도 뻗치리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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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억압

 

유제품과 마찬가지로 계란 구매 또한 포유동물 여성 인간에 대한 강탈과 폭력을 조장하고, 환경오염과 질병 확산을 악화시킨다. 닭의 알은 모든 동물성 식품이 그러하듯 인간에게 해롭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첫째, 계란은 동물성 단백질, 포화지방, 콜레스테롤로 이뤄졌다. 전부 동맥을 틀어막고 혈액과 조직을 산성화하고 면역체계 손상을 일으키며 여러 방식으로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물질이다. 계란은 시판 식품들 중 콜레스테롤 성분 비중이 가장 높은 품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

 

둘째, 계란에는 유독한 살충제와 화학물질, 호르몬과 박테리아 찌꺼기가 농축돼 있다. 이 물질들이 인간에게 유익하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상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다. 사람들은 이런 인식에 맞춰 닭을 취급한다. 암탉은 철망이 쳐진 높이 35.5~45.7센티미터, 너비 45.7~51센티미터의 좁디좁은 감옥에 4~8마리씩 배치된다. 이른바 상자형 닭장에서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짧은 일생을 살다 죽는다.

더 참혹한 것은 깃털 대부분이 철망에 지속적으로 마찰돼 빠져버려서 헐벗고 상처 입은 채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머리나 날개, 다리가 철망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못 한 채 굶어 죽는 경우도 있다. 같은 닭장에 살아남은 닭들은 그렇게 죽은 닭의 사체가 부패하며 풍기는 악취를 꼼짝없이 맡아야 한다. 철망 조각이 발에 박힌 채 그 주변에 새살이 돋아나기도 한다. 상자형 닭장은 4~5개까지 쌓이기 때문에 위층 닭들이 배설한 분뇨는 아래층 닭들의 얼굴과 몸을 거쳐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겨우 탈출에 성공한 닭이라 할지라도 이 오물더미에 빠져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또한 사람들은 좀 더 값싼 계란을 얻기 위해 잔인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닭을 대한다. 암평아리는 부리의 반 정도가 잘리는 트라우마를 주기적으로 경험한다. 뜨거운 칼날이 부리의 가장 민감한 신경조직을 관통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심장박동이 분당 100회 이상으로 치솟는다. 그 자리에서 죽는 닭도 부지기수다. 살아남은 닭은 만성 통증을 겪을 뿐 아니라 먹이를 쪼아먹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

수평아리는 쓸모없는 존재이므로 학살당한다. 커다란 쓰레기용 비닐봉지에 처박혀 질식사하거나 분쇄기에 산 채로 내던져져 순식간에 닭 모이나 비료로 변한다. 생산력이 떨어진 암탉 역시 마찬가지다. 

 

상자형 닭장 시스템에서 닭은 평생 다양한 질병을 앓는다. 기형 발과 다리, 부러지고 꺾인 날개로 태어나며, 비정상적으로 알을 많이 낳아 칼슘 결핍과 자궁 탈수 및 팽창을 겪고, 운동 부족으로 골다공증에도 시달린다. 또한 질 낮은 사료로 인해 지방간증과 두부종창증에 걸리고, 암모니아 가득한 공기로 폐와 눈에 이상을 겪는다. 더러는 극단적 스트레스에 내몰린 동료의 부리에 안구를 손실당한다. 사람들은 이 비참한 환경에서 창궐할 수밖에 없는 박테리아성 질병을 통제하려고 항생제를 뿌려댄다. 

 

그러나 이 항생제는 결국 인간의 몸 속에 들어와 소화와 배설에 필수적인 장내 미생물을 파괴하고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 사료에 남아 있는 독한 농약 잔류물, 항생제, 호르몬, 화학물질, 병원균 박테리아도 고스란히 인간에게 옮겨진다. 

닭은 한 창고에만 수만 마리씩 쑤셔 박힌다.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거나 동료와 사회적 질서를 세우거나 어떤 식으로든 본연의 지성과 목표를 표출할 기회 따위는 꿈꿀 수 없다. 사료와 약물은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쓰일 뿐이다. 바로 최소비용으로 암탉의 자궁에서 나와 컨베이어 벨트에 도착하는 계란 수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현대의 계란 농장에서는 암탉 한 마리가 한 해 평균 25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자연스러운 환경에 비해 2배 반이 되는 수량이다. 자연 환경에서 암탉은 수탉과 협력해 소중한 알을 낳고 품을 최적지를 까다롭게 고른다. 알을 낳는 행위는 포유동물 여성인간이 그러하듯이 암탉에게 긍지와 만족으로 가득한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를 닭장 속에 갇혀 알을 낳아야 하는 암탉과 비교해 보길 바란다. 상자형 철망 닭장 속 겁에 질린 암탉은 홀로 조용히 둥지를 틀 장소를 찾으며 헛되이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주변 환경을 잊은 채 도망가려 몸부림을 친다.

나 자신을 산란계라고 상상해 보자. 집은 숨 막히듯 비좁고 날카로운 철망 바닥으로 인해 다리는 불구가 돼간다. 발을 뻗을 수도 없고 날개를 퍼덕일 수도 없어 근육들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가만히 쉴 수도 없다. 나와 같은 친구가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려 몸을 꼼지락거리기 때문이다. 몇몇 악독한 놈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며, 육중한 몸으로 나를 짓누른다. 이름 모를 놈의 배설물이 위층에서 떨어지고, 먼지와 깃털들이 쉴 새 없이 날아다녀 목이 막힌다.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암모니아 냄새에 정신이 혼미하다. 파리 떼는 극성을 부린다.

인간들은 파리 유충까지 없애겠다며 애꿎은 밥에까지 살충제를 뿌려대지만 소용없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먹는 밥에서는 약물 맛이 난다. 수천 동료들이 내지르는 비명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알을 낳지만, 어디로 갔는지조차 모른다. 온몸의 진이 빠져나가는 듯 공허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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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형 철망 닭장 속 겁에 질린 암탉은 홀로 조용히 둥지를 틀 장소를 찾으며 헛되이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주변 환경을 잊은 채 도망가려 몸부림을 친다. 가족과 사회, 자연과 삶이 모두 폐허로 변한다. 이 암탉은 어미, 새끼, 짝, 흙, 태양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부화장에서 태어나 부리마저 잘린, 알 낳는 기계에 불과하다.

 

이 수천 마리 암탉의 산란주기가 끝나는 경우는 어떨까? ​우선 물과 사료 대신에 호르몬을 포함한 각종 약물을 투여하고, 약 2주간 굶겨 강제 털갈이를 시킨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죽지만 살아남은 몇은 신체적 충격으로 산란주기가 돌아와 다시 알을 낳는다.

이마저도 못하는 닭은 질 낮은 수프나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기 위해 도살장으로 보내진다. 학대에 시달려 발라먹을 살조차 없기에 가스를 살포해 죽여버린다. 우주 전체에서 계란 농장의 닭으로 사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방목형 free-range' 계란 농장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암평아리의 부리를 절단하고 갓 태어난 수평아리를 살해한다. 어느 정도 공간을 닭에게 제공해야 '방목형'인가에 대한 법적 명시도 있어도 사실상 누구나 다 갖다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가엾은 암탉이 악취가 진동하는 거대한 헛간에 밀집해 햇볕 한 번 쬐지 못하고 죽는 상황은 어느 계란 농장이나 똑같다.

 

​이렇듯 젖소와 닭을 향한 착취는 판매하는 신체 기관뿐만 아니라 자궁과 유선을 억압한다. 새 생명을 낳아 자애롭게 보살피는 여성성 원리를 잔인무도하게 훼손하는 행위는 동물뿐 아니라 여성 인간에게도 동일한 폭력으로 깊은 상흔을 남긴다. 우선 살해를 저지르는 냉혹한 마음부터가 강력한 형벌이다. 삶의 경이와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한 셈이다.

 

또한 어미 소와 송아지를 기계처럼 착취하는 행위는 자연과 인간의 성스러운 여성성을 공격하는 일과 같다. 여성성은 자비심과 포용, 친절과 연약한 존재를 향한 보살핌이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여성성을 향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 이 본질을 억압하고 거스를수록 공격적이며 자기중심적 문화가 고착된다. 애원하는 어미소의 울음소리에 귀를 틀어막음으로써 진실을 가려낼 능력을 상실하고, 전쟁의 포화에 아기를 잃은 어머니의 통곡도 쉽게 무시한다. 목축문화는 생명을 잉태하는 모든 존재를 억압한다.

평화와 지혜, 지성과 창조력에 반드시 필요하다. 어미로부터 강제로 아기 송아지를 분리해 죽일 때마다. 속박당하고 절망에 빠진 어미 소에게서 젖을 강탈할 때마다, 정액주사기를 쥔 손으로 젖소를 마주할 때마다, 무력한 암탉으로부터 알을 빼앗을 때마다, 갓 태어난 수평아리를 무참히 도살할 때마다 우리 내면의 신성한 여성성은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 기후위기의 육식,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

 

모든 생명의 기원은 동일하다. 따라서 뭇 생명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한 개인의 생존을 위한다는 이유로 몇 십만 마리의 동물을 도살해서는 결코 안 된다. 또한 흥미롭게도 육식이라는 식생활은 동물에게만 향하는 폭력이 아니라 사실상 인간 상호간 폭력의 가장 원초적 뿌리이다.

 

육식은 현 사회에 만연한 경쟁과 분리, 배척과 전쟁, 힘이 곧 정의라는 관념을 낳고, 다시 이 문화의 가치체계가 복제 재생산되는 주된 경로다. 만성적인 전쟁, 집단학살, 기아, 질병 확산, 환경 파괴, 동물 멸종, 동물학대, 약물중독, 소외, 스트레스, 인종차별, 여성 억압, 아동학대, 기업의 착취, 물질주의, 빈곤, 불의, 사회침체, 소비지상주의 등 수많은 문제가 사실 식문화에 기원한다.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을 이유도 모른 채 엄청난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음식 선택이 개인과 문화 전반의 건강, 지구 생태계, 영성, 인류의 태도 및 신념, 사회적 관계의 질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실천에 나서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로 학대받는 아름다운 지구 위에서 나뿐만 아니라 온 생명체가 더 조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은 먹는거, 입는거, 생활전반에 폭력을 가하지 않는 유기농 비건라이프 스타일이다.

 

뭐든지 시작하자, 당장,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다. 특별한 날, 폭력이 가하지 않고 만들어진 비건 케이크와 빵으로 평화를 실천하고 몸과 영혼에게도 사랑에너지로 지성과 감성을 채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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