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심혈관 질환과 제2형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이자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 만성질환이다. 과도한 동물성 식품 섭취와 서구화된 식습관이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식물성 식품에 풍부하게 포함된 천연 화합물이 이들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최근 미국영양학회 연례 학술대회(NUTRITION 2025)에서 식물성 식품에 포함된 ‘파이토스테롤’이 심장병과 당뇨병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를 주도한 펑레이 왕 박사에 따르면, 파이토스테롤은 과일, 채소, 견과류, 전곡류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 구조상 콜레스테롤과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주로 고용량의 파이토스테롤 보충제를 통해 LDL(저밀도 지질단백)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돼 왔으나, 이번 연구는 일상 식단을 통한 섭취만으로도 건강상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미국 성인 약 20만 명을 최대 36년간 추적한 3건의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간호사 또는 보건 전문가였으며, 약 80%가 여성으로 구성됐다. 연구 기간 동안 이들 중 2만여 명이 제2형 당뇨병에, 1만6천여 명이 심장병에 걸렸다.
식품 섭취 빈도 설문을 바탕으로 총 파이토스테롤 섭취량과 개별 파이토스테롤(β-시토스테롤, 캠페스테롤, 스티그마스테롤)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섭취량 상위 20% 참가자들은 채소를 하루 45회, 과일 23회, 전곡류 2회, 견과류 반 회 분량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파이토스테롤 섭취 하위 그룹에 비해 심장병 발생 위험이 9%, 당뇨병은 8% 낮았다. 특히 β-시토스테롤과는 강한 상관관계가 확인됐지만, 캠페스테롤과 스티그마스테롤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혈액 내 대사 지표 분석에서도 파이토스테롤과 관련된 긍정적 대사산물들이 다수 관찰돼,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 완화를 통한 질환 예방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한 일부 참가자의 장내 미생물 분석 결과, 특정 미생물 종이 파이토스테롤 분해 효소를 보유하고 있어 숙주의 대사 건강에 기여할 수 있음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한계로 인해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지만, 역학 자료, 생체 지표, 미생물 분석을 종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그 신뢰도를 높였다. 그러나 파이토스테롤이 단독으로 질환 예방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으며, 식이 요인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습관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식품 중심의 식단 전환이 그 자체로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심장학회(AHA) 등도 과일, 채소, 전곡류, 견과류 섭취를 기반으로 한 식생활 지침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동물성 지방 및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만성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대사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이번 연구는 단순한 성분의 효능을 넘어서, 식단 구조 전반의 전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다.
파이토스테롤이 풍부한 식단을 일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식품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고르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하루 한 끼 이상 채소 중심의 식단을 실천하고, 가공도가 낮은 전곡류를 선택하며, 간식으로 견과류를 활용하는 등의 식생활 개선이 보다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건강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연구는 자연에서 얻는 식물성 영양소가 인간의 대사 건강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성과로 평가된다. 향후 추가적인 임상연구와 식생활 교육 확대가 병행된다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예방에 있어 식물성 식품 중심의 접근이 더욱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