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국내 채식·친환경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제9회 베지노믹스페어 서울 비건&그린페스타’가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3일간 학여울역 세텍(SETEC) 전시장에서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비건뉴스가 현장을 찾아 비건페스타에 참여한 다양한 업체와 간단한 인터뷰를 나눴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채식 식품 브랜드 ‘비건바이트(Vegan Bite)’를 만든 이지식품의 대표 이지현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채식 식품 직접 제조와 유통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직접 제조 제품은 비건 딸기맛 요거트, 비건 크림치즈가 있고, 유통 제품은 비건 젤리와 유기농 귀리음료가 있습니다.
Q. 비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극심한 아토피를 가지고 있어서 매일 피가 날 때까지 긁어댔고 피부는 상처 투성이에 짓물러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주사도 많이 맞았고 독한 약도 많이 먹었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니 주사와 약도 말을 듣지 않더라구요.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나 절망에 빠질 때 쯤 회사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장을 며칠 못본 적이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집에 있는 양배추와 사과, 쌀밥으로만 밥을 먹었죠. 제가 너무 좋아해서 집에 쟁여두고 먹었던 우유와 요거트, 치즈를 한동안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피부에 있던 염증들이 어느 순간 싹 사라지며 피부의 온도가 떨어지고 보들보들 윤이 나더라구요. 그 때 음식의 중요성을 알고 유제품과 발효식품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너무 좋아했던 요거트, 치즈는 미워지지 않고 다시 먹고 싶더라구요. 피부염 걱정없이 요거트와 치즈를 먹을 수 없을까하고 미친 듯이 인터넷을 찾아 헤매다가 식물성 재료로 요거트와 치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직접 만들어 보았습니다. 질감이 논비건 제품과 비슷해 먹는 즐거움은 그대로면서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피부염 걱정 전혀 없이 마음껏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렇게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채식이 축산업과 낙농업의 탄소 배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와 지구를 건강하게 하는 채식을 더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좋은 채식을 알리고 싶어 안정적이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했습니다.
Q. 국내 비건 시장에서 자사 제품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채식 제품은 대체육이 대부분입니다. 저희 회사는 대체육 위주인 채식 식품에서 탈피해 비건 요거트와 비건 치즈 같은 대체 유제품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대체육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가볍게 디저트부터 채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미 시장에 비건 요거트와 비건 치즈가 출시되어 있지만 코코넛 밀크와 딸기 조합의 비건 요거트와 두부로 만든 비건 치즈는 저의 제품이 처음입니다. 맛있는 조합을 찾기 위해 수없이 실험한 결과입니다. 저희 제품을 드셔보시면 채식 디저트는 맛이 없을 것 같다는 편견이 깨지고 왠지 모르게 계속 드시고 싶어지실 겁니다. 이미 제 지인들을 통해서 검증했습니다.
Q. 현재 일어나고 있는 환경 문제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기술 발달에 의한 지구 온난화와의 가속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성능의 자동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자가용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가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보급됐고,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도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콘텐츠 소비 형태의 변화에 있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짧은 동영상을 즐겨 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숏폼 미디어를 더욱 많이 저장하기 위해 IT기업들은 데이터 센터를 증축합니다. 데이터 센터를 지을 때는 넓은 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림을 크게 훼손하고, 데이터 저장 장치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더욱 온난화가 가속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문제의 원인을 사람들이 원인이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또는 원인이라는 것을 인지해도 원인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렇게 많은 인류 속에서 혼자 노력한다고 뭐가 바뀌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일상 속에서 친환경 및 비건 관련 활동을 하시는 게 있나요? 환경 보호 꿀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할 때 꼭 개인 컵을 지참하고, 깜빡하고 개인컵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을 때는 카페를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니 커피값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잘 깜빡거리거든요. 요즘은 개인컵을 가져가면 할인을 해주니 생활비도 아낄 수 있습니다. 가방에는 작게 접을 수 있는 장바구니를 꼭 넣고 다닙니다. 편의점이나 생활용품점 등 작은 물건을 구입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장용 쇼핑백 구입비를 아끼는 것은 덤입니다.
가전제품의 플러그는 모두 개별적으로 전원 버튼이 있는 멀티탭에 꽂아서 사용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가 꽂혀있는 멀티탭 전원은 끕니다. 개별적으로 전원 버튼이 있는 멀티탭이 비싸긴 하지만 플러그를 뽑지 않고도 전원이 차단되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가전제품이 꺼져있는 동안에도 소모되는 대기전력이 차단되어 전기가 생산되는 동안 발생되는 탄소를 줄일 수 있고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습니다. 지구도 보호하고 내 돈도 아끼는 친환경 활동! 안할 이유가 없죠?
Q. 비건 시장 종사자로서 현재 국내 비건, 친환경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한 앞으로의 국내 비건, 친환경 시장에 대한 전망, 어떻게 보시나요?
지구 온난화가 끝났다고 합니다. 이제는 지구가 끓는 시대입니다. 지구 온난화이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그냥 여름이 좀 더워졌구나 하고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인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구가 끓는 시대에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으로 내 가족이 사망하고,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해수의 과다 증발로 인한 폭우로 내 지인이 수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한 채소 과일 작황 부진으로 영양 섭취와 가계 경제에도 타격을 받습니다. 이전에는 지구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내 삶과 직접 관계가 없고 추상적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지구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 이유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친환경 시장과 비건 시장은 개인들의 높아진 관심으로 인해 점점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건 식품 시장의 성장은 인구 고령화 현상과도 연관지어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소화 능력 저하와 질환 등의 이유로 유제품을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이런 분들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므로 고령층을 위한 건강식으로 대체 유제품을 판매한다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희 이지식품은 비건바이트와 함께 부산 경성대학교 앞에서 비건 요리 전문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비건다이닝(Vegan Dining)’입니다. 육류, 유제품, 계란, 어패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맛있는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채식 요리도 맛있다는 것을 알리고, 자극적인데다 동물성 지방이 많은 기존의 배달음식에 지친 분들의 입속 쉼터가 되어드리고 싶어 창업했습니다. 특히 수제 데미그라스 소스를 얹은 비건 함박스테이크가 맛있습니다. 포장용기는 PLA, 재생지, 지푸라기 등 생분해 가능한 소재로 만든 것만 사용합니다. 여기서 판매하는 요리를 밀키트로 만드는 것이 저의 다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