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전 세계 조류 개체 수를 급감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열대 지역에서 개체 수 감소가 두드러지며, 과학자들은 이를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콜로지 앤드 이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기후 귀속 과학(climate attribution science)을 활용해 기후변화와 조류 개체 수 감소 간의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관측 자료와 모델을 종합한 결과, 지구 온난화가 없었을 경우와 비교했을 때 1950년부터 2020년 사이 열대 조류 개체 수가 25~3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막시밀리안 코츠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 객원 연구원은 “이는 충격적인 감소”라며 “조류는 탈수와 열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해 폭염이 과도한 사망률, 번식력 저하, 번식 행동 변화, 새끼 생존율 감소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급격히 상승하는 기온이 조류를 본래 적응해온 서식지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마존과 파나마의 열대우림처럼 인간의 간섭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도 조류 개체 수 감소가 관찰됐다. 아마존의 한 구역에서는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조류 개체 수가 50% 이상 줄었으며, 파나마 숲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그 원인이 단순한 산림 파괴가 아닌, 폭염 심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열대 조류는 현재 40년 전보다 10배나 더 많은 폭염에 노출돼 있다. 연평균 3일 정도였던 폭염 일수가 최근에는 30일로 증가한 것이다. 연구진은 저위도 열대 지역에서 폭염 심화가 산림 파괴나 서식지 손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퀸즐랜드대학교의 타츠야 아마노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보호구역을 늘리거나 산림 파괴를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폭염에 특히 취약한 종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으로 일부 개체군을 다른 지역에서 보존하는 외부 보전(ex-situ conservation) 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단순한 환경 파괴를 넘어 직접적으로 생물다양성 손실을 초래하고 있음을 입증한 첫 사례로, 향후 국제적인 보전 정책과 기후 대응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