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해양과 토양 오염의 대명사로 알려진 미세플라스틱이 이제는 인체의 뼈 조직에서도 발견돼 골격 건강에 대한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연구진이 참여한 최근 국제 학술 리뷰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히 환경 속에 머무는 오염 물질이 아니라 인체 세포 수준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뼈의 재생과 강도 유지 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는 브라질 캄피나스 주립대 의과대학 신장학 골·광물 연구실(LEMON)의 호드리고 B. 올리베이라 교수가 주도했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이 뼈 조직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실험실 연구에서 세포의 생존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촉진하며 염증을 일으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진은 사람의 혈액, 뇌, 간, 신장에 이어 뼈와 연골, 추간판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특히 뼈 조직의 경우 1그램당 수십 개의 미세 입자가 축적된 것으로 보고됐다.
뼈는 끊임없이 생성과 흡수가 반복되는 살아 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미세플라스틱이 이 과정에 개입하면 뼈를 형성하는 세포 신호는 약화되고, 반대로 오래된 뼈를 제거하는 파골세포의 활동은 강화된다. 이로 인해 뼈 흡수가 과도하게 진행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골격은 점점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또한 골수 내 줄기세포의 분화 경로가 변화해, 원래 뼈 형성 세포로 성장해야 할 세포들이 다른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골다공증이나 노화로 인한 골 손실과 겹쳐 고령층에서 특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골다공증재단(IOF)은 2050년 전 세계 고관절 골절이 2018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위험 요인이 추가된다면, 인류의 뼈 건강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올리베이라는 동물 실험에서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골격 성장 자체를 중단시키는 우려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실험실 관찰을 넘어 실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의 유입 경로가 일상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공기, 물, 음식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체내로 들어온 미세한 입자는 혈류를 타고 이동하며 뼈를 포함한 여러 조직에 침착된다. 혈관망이 촘촘히 발달한 골격계는 이러한 입자가 자리잡기에 더욱 취약하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난 20년간 급증했으며,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플라스틱 전 과정에서 18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타이어, 섬유, 포장재, 생활 폐기물 등은 모두 공기와 토양, 수계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인체에 더 많은 노출을 의미한다.
다만 현재까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 연구는 부족하다. 연구진은 뼈 세포 노화 가속 여부, 특정 플라스틱의 차별적 영향 등 검증이 필요한 과제를 제시하며, 표준화된 측정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리뷰는 학술지 오스테오포로시스 인터내셔널(Osteoporosis International)에 실렸다. 연구 결과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인류 건강에 장기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령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뼈 건강과 직결된 새로운 위험 요인의 등장은 세계 보건 당국과 연구진이 긴급히 대응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