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남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지나친 육류 섭취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남성들이 즐겨 먹는 식품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체중 증가와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나아가 심장질환이나 제2형 당뇨병 위험으로 이어진다.
최근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고기를 완전히 끊지 않고 일부를 콩류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건강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극단적인 채식 실험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여전히 육류를 먹었지만, 양을 줄이고 단백질의 상당 부분을 완두콩과 잠두콩 등으로 대체했다. 연구진은 근로 연령대 남성 10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6주 동안 관찰했다. 한쪽은 평소대로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주당 760g가량 섭취했고, 다른 쪽은 그 양을 약 200g으로 줄였다. 나머지 영양분은 콩류 식품을 통해 보충하도록 했다. 두 그룹 모두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칼로리를 계산하지 않았고, 평소 운동 습관도 그대로 유지했다. 오직 달라진 것은 식탁 위 고기와 콩의 비율뿐이었다.
결과는 뚜렷했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콩류를 늘린 그룹은 총콜레스테롤과 LDL(저밀도 지단백,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은 체중 변화였다. 콩류 그룹은 평균 1kg가량 줄었고, 고기를 유지한 그룹은 0.3kg 정도만 빠졌다. 연구를 이끈 안네-마리아 파야리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체중 감량을 권하지 않았는데도 눈에 띄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연구 범위 내에서는 크지 않았다. 콩류를 더 섭취한 그룹의 비타민 B12 수치가 다소 줄었지만 위험 수준은 아니었고, 철분은 오히려 증가했다. 요오드 역시 두 그룹 모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단기간에는 필수 영양소 결핍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어린이·노인 등 취약 집단에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생활 적용 가능성도 확인됐다. 참가자들이 제공받은 콩류 기반 식품은 조리법이 간단하고 일상적인 식사에 쉽게 포함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레시피를 함께 제공해 조리 부담을 줄였고, 참가자들은 무리 없이 식단을 따라갔다. 파야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이 아닌 현실적인 생활 환경에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한 방법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고기를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식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적당히 줄이고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은 좋아질 수 있다’는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다.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고기를 줄이고 콩류를 늘리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체중 관리와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만성질환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