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에게도 고유의 음주문화가 있다. 곡물이나 과일로 빚는 술과 비건이 어떤 연관이 있나 싶겠지만 술도 비건과 논비건으로 나뉜다. 다가오는 연말 ‘홈술’로 자축하는 비건족의 술상차림은 어떨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말·연시 음주문화가 ‘홈술’ 위주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이전 연말은 종무식과 각종 모임으로 술과 안주가 빠지지 않아 주류업계 대목으로 불렸다. 하지만 모임을 지양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기 위해 대부분이 홈술·혼술로 연말파티를 대체하는 분위기다.
사실 홈술 문화는 식습관에 제약이 많은 비건에게 자유로운 음주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돌파구다. 모임이 잦은 연말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안부를 건넨다. 새해 소망과 덕담도 오고간다. 여기에는 각종 알코올과 맛좋은 안주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비건의 경우 안주는 물론이고 술의 종류와 양조기법에 따라 마실 수 있는 주종이 한정돼 있다. 보리로 만든 맥주나 포도로 담근 와인이면 되지 않을까. 엄밀히 말해서 맥주와 와인도 비건과 논비건으로 나뉜다.

맥아, 물, 효모로 주조하는 맥주는 양조과정에서 침전물 제거를 위해 부레풀(isinglass)을 사용한다. 부레풀은 물고기의 부레(공기주머니) 즉, 신체 일부기 때문에 동물성 식품의 첨가와 활용 모두를 거부하는 비건에게 적합하지 않다.
이에 일부 맥주기업은 비건 소비자를 공략을 위해 부레풀 사용을 제한한 ‘비건 맥주’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버드와이저, 일본 아사히맥주, 태국 싱하맥주, 독일 벡스, 네덜란드 하이네켄, 필리핀 산미구엘, 아일랜드 기네스맥주 등이 포함된다. 특히 기네스는 256년간 이어 온 전통 제조 방식을 탈피해 2016년부터 부레풀 사용을 공식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카스가 비건 맥주에 해당한다.
와인도 마찬가지로 비건과 논비건으로 갈린다. 포도가 주원료인 와인은 정제과정에서 부유물을 걸러내기 위해 동물성 청징제를 쓴다. 청징제는 달걀 흰자 추출 성분이나 갑각류 껍질에서 나오는 섬유다. 이 때문에 다수 와인양조장은 비건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식물성 청징제를 사용해 ‘내추럴 와인’을 내놓기도 한다.

비건 와인에는 모나스트렐(Monastrell) 엘레멍(Element) 바로사 쉬라즈(Barossa Shiraz) 프란시스(Francis) 사투르누스 네비올로(Satvrnvs Bebbiolo) 나뚜라에 샤르도네(Naturae Chardonnay) 피노 블랑(Pinot Blanc) 보르도(Bordeaux) 진판델 올드 바인스(Zinfandel Old Vines) 나뚜라에 카베르네 쇼비뇽(Naturae Cabernet Sauvignon) 등이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진로화이트가 비건 친화적 와인 ‘제라르 베르트랑 나뚜라에’를 출시하기도 했다.
비건의 연말 홈술 상차림에는 비건 맥주, 와인 등이 올라간다. 안주는 샐러드 종류나 토마토 부르게스타, 두유 파스타를 비롯해 콩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나 돈까스 등도 즐길 수 있다.
편의점에서도 비건을 위한 안주를 찾아볼 수 있다. 스낵 종류로는 ‘감자’로 만든 과자를 고르면 된다. 포테토칩, 프링글스(오리지널·핫&스파이시·또띠아 오리지널) 등 감자맛 과자가 비건에 포함된다. 또 수미칩 오리지널, 무뚝뚝감자칩도 비건이다. 최근에즌 비건 도시락도 출시됐다. CU가 선보인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중 ‘도시락’은 파스타와 단호박찜으로 구성됐으며 새콤달콤한 맛으로 맥주나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