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권광원 기자] 코로나 펜데믹으로 억눌렸던 해외 관광 산업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관광업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탄소 여권’ 도입이 제기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어드벤처 전문 여행사 ‘인트레피드 트래블(Intrepid Travel)’이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관광산업의 탄소 여권을 현실화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탄소여권은 각 여행자에게 연간 탄소 허용량을 부과하고 이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으로 앞서 지난 2008년 영국 의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당시에는 복잡성과 대중의 반대 가능성 등으로 도입 논의가 중단됐으나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현 시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의 1에 달한다. 특히 항공 교통의 탄소 배출 비중은 큰 것으로 분석되는데 실제로 2013년부터 2018년 사이에 전 세계 상업용 항공기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32% 증가했다.

연료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승객 1인당 배출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항공 교통량이 그만큼 증가해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항공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공권 가격이 매년 1.4%씩 인상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티켓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항공업에 대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유럽의 일부 국가는 항공편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며 기차로 2시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의 항공 운항을 금지했다. 스페인도 최근 단거리 항공편 금지 법안을 제안했다.

한편 관광업 가운데 크루즈 관광 역시 탄소 배출에 기여해 비판 받고 있다. 올해 유럽운송환경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크루즈선은 아황산가스를 유럽의 전체 자동차 수인 2억 9100만대를 합친 것보다 4배나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로 인해 유럽은 크루즈 산업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지난 7월 암스테르담 시의회는 관광과 오염을 줄이기 위해 유람선이 도심에 정박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크루즈 선박 방문으로 인해 유럽에서 가장 오염된 항구 1위에 올랐던 베니스는 정박을 금지한 이후 오염 물질 80% 감소한 후 41위로 떨어졌다.

인트레피드 트래블의 보고서는 우리가 여행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여행하는 장소도 곧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전통적인 해변 목적지의 매력을 감소시킬 것이며, 유럽 관광객들은 여름 휴가를 위해 벨기에, 슬로베니아, 폴란드와 같은 시원한 곳으로 관광을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보고서는 “해결책이 무엇이 됐든 여행 습관을 바꿀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