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과일과 채소를 하루 다섯 가지 섭취하라는 ‘5-a-day’ 지침은 오랫동안 건강한 식단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최근 영국 King’s College London 연구진은 이 기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더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단의 양이 아니라 다양성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최소 11가지 이상의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단순히 다섯 가지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보다 심혈관 건강에 훨씬 유리했다. 특히 식단의 다양성이 부족할 경우 HDL 콜레스테롤(이른바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졌다. HDL은 혈액 속에서 과도한 지방을 간으로 운반해 배출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치가 낮아지면 동맥경화나 심장병과 같은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실제 식습관은 연구진의 권고에 크게 못 미쳤다. 응답자들의 평균 섭취 다양성은 8가지에 불과했고, 일부는 2가지 정도의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주당 최소 3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과일, 채소뿐 아니라 콩류, 견과류, 씨앗류, 허브, 통곡물 등이 모두 포함된다.
연구진은 또 식물성 식품의 다양성이 장내 미생물의 풍부함과도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서로 다른 식품군은 고유한 섬유질과 파이토케미컬을 포함하고 있어, 장내 미생물의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은 면역력, 체중 조절, 정신 건강 등 전신 건강과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식단의 다양성은 단순히 영양학적 측면을 넘어 폭넓은 건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생활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작은 식습관 변화가 필요하다. 매일 같은 채소 위주의 반찬보다는 제철 채소와 나물을 다양하게 곁들이고, 잡곡밥을 통해 곡류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침 식사에 견과류와 씨앗류를 추가하고, 간식으로 과일을 번갈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콩이나 렌틸콩, 병아리콩 같은 식재료를 주기적으로 활용하면 손쉽게 식단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양 중심 건강 지침을 넘어, 질적 다양성을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권장량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식탁에 어떤 식품을 올릴지에 따라 건강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5-a-day는 시작일 뿐, 이제는 최소 11가지 이상의 식물성 식품으로 식단을 채우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변화는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당뇨병, 비만 등 다른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은 식습관 변화가 건강과 웰빙을 지키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