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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PETA, 라틴아메리카 화장품 180여 개 브랜드서 ‘동물실험 반대’ 인증 철회…업계 혼란 불가피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세계적 동물권 단체 PETA가 자사의 ‘Beauty Without Bunnies(토끼 없는 아름다움)’ 인증 제도를 대폭 개편하면서 라틴아메리카 화장품 업계가 큰 혼란에 직면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칠레·브라질·멕시코 등 6개국에서 180개가 넘는 브랜드가 한순간에 동물실험 반대(cruelty-free) 라벨을 상실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에게 윤리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온 기업들의 시장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PETA는 최근 발표를 통해 앞으로 미국, 캐나다, 독일, 인도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한해서만 인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외 지역,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인증 대상에서 제외됐다.

 

PETA는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 관리 규정인 ‘REACH’를 지목했다. 해당 규정은 일부 성분에 대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완전한 동물실험 배제’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PETA는 인증 대상을 규제 환경이 상대적으로 통일된 국가로 좁히면서, 라틴아메리카 기업들의 상당수가 ‘동물실험 반대’ 지위를 잃게 됐다. 칠레의 경우 약 14%의 브랜드가, 브라질은 무려 58%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12%), 아르헨티나(30%), 페루(11%), 콜롬비아(19%)도 마찬가지로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적으로 지역 내 화장품 브랜드의 64%가 한순간에 인증을 상실하는 셈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동물실험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시민단체 테 프로테호(Te Protejo)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카밀라 코르티네스 창립자 겸 CEO는 “현지 브랜드들이 지난 수년간 쌓아온 동물실험 없는 연구개발의 성과가 단숨에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동시에 “국제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한 대안 인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테 프로테호는 자사가 2013년부터 운영해온 자체 인증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제도는 공급망 전반을 대상으로 문서 심사, 공급업체 진술, 내부 감사 등을 거쳐 동물실험 배제 여부를 평가한다. 현재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기업들이 신청할 수 있으며,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31일까지 마련된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PETA 인증 브랜드들이 무리 없이 새로운 체계로 옮겨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라틴아메리카 시장에서 ‘cruelty-free’ 인증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의 핵심으로 작동해왔다. 따라서 이번 PETA의 결정은 단순히 라벨 박탈을 넘어 시장 판도와 브랜드 가치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가져오겠지만, 동시에 지역 기반의 독립적 인증 체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동물실험을 둘러싼 국제 규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안전성을 이유로 여전히 일부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유럽연합과, 완전한 동물실험 배제를 추구하는 글로벌 소비자 운동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라틴아메리카 브랜드들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단체의 인증 여부를 넘어, 화장품 산업의 윤리적 기준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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