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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산업

탄소중립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개도국도 동시에 가능하다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는 양립할 수 없다’는 오래된 인식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이코노믹 리뷰(Singapore Economic Review)’에 게재된 한 국제 연구는 개도국조차 올바른 정책과 제도 설계를 통해 소득 증대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해외 원조와 기술  발전, 그리고 합리적인 세제 운영을 통해 배출 ‘0’과 성장의 길을 함께 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이과대학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개도국을 대상으로 ‘소득 증가와 순배출 제로 달성의 병행 가능성’을 수리 모델로 검증했다. 논문은 단순한 이론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 환경을 반영한 수치 실험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점검했다. 특히 경제성장과 환경 훼손의 탈동조화를 강조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8.4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국제적 정책 의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연구팀은 탄소중립 정책을 ‘시간의 흐름마다 배출과 감축을 일치시켜 순오염을 0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과 기술, 그리고 비용 분담 규칙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두 가지 경제 모델을 제시했는데, 첫 번째는 공공재가 민간 생산성을 높여 성장을 촉진하는 로버트 바로의 성장 모델이며, 두 번째는 인구 증가에 따라 공공서비스의 효율이 떨어지는 혼잡 모델이다. 두 모델 모두 현실적 상황을 반영해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핵심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정한 소득 임계값을 넘어서야 배출된 오염을 완전히 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를 ‘유치원 규칙’이라고 명명하며 “더럽힌 것은 스스로 치운다”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원칙으로 설명했다. 이 규칙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소득 수준은 기술 발전, 인구 규모, 그리고 환경 관련 원조의 비중에 따라 달라진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오염을 제거할 수 있어 임계값이 낮아지고, 반대로 공공서비스가 혼잡해지면 임계값은 높아진다.

 

 

특히 많은 저소득 국가는 공공서비스와 환경 정책을 공적개발원조(ODA)에 의존한다. 이번 연구는 해외 원조가 단순한 비용 보조가 아니라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환경 분야에 묶인 원조가 공공서비스와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과 탄소 감축 모두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원조는 부담이 아니라 ‘투자’로 작용할 수 있다.

 

세제 정책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연구는 노동소득세를 통한 재정이 공공서비스로 효과적으로 환원될 때 민간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경제가 성장해 임계값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혼잡 모델에서는 공공서비스가 분산되면서 속도가 늦춰지는 만큼, 인구 증가에 맞춘 서비스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기존의 선진국 중심 분석을 넘어, 재정과 기술이 부족한 개도국 상황에서도 탄소중립과 성장이 양립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이다. 과거 연구가 혁신 주도형 경제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 결과는 원조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도 ‘실행 가능한 전략’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깨끗한 기술을 도입해 임계값을 낮추고, 환경 관련 원조를 성장 수단으로 활용하며, 세제 정책으로 1인당 소득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 나아가 “공공서비스를 인구 증가에 맞게 확충해 혼잡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연구 결과는 개도국 정부들이 단순히 구호 차원의 ‘탄소중립’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수치화된 소득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준점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정책 설계와 국제 협력에서 현실적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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