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나이가 들수록 피부 탄력과 촉촉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과학적 근거가 더해졌다. 최근 루마니아 연구진이 발표한 종합 분석 결과, 채소와 과일에 풍부한 식물성 색소 성분인 카로티노이드가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피부 건강과 카로티노이드의 연관성을 다룬 기존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총 176편의 논문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으며, 외용 제품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뿐만 아니라 식이 섭취를 통한 효과까지 폭넓게 살펴봤다. 그 결과, 카로티노이드가 피부의 항산화 작용과 자외선 차단, 염증 완화, 콜라겐 합성 촉진, 보습 유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피부 노화를 늦추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카로티노이드는 고구마, 당근, 호박, 파프리카, 토마토, 망고, 파파야, 살구 등 붉고 노란빛을 띠는 과일과 채소에 풍부하다. 시금치, 케일 같은 짙은 녹색 잎채소도 주요 공급원이다. 이러한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피부 건강뿐 아니라 전반적인 체내 산화 스트레스 감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카로티노이드의 흡수율, 즉 생체이용률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장내 환경이 건강해야 흡수 효율이 높아지고, 불포화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효과가 배가된다. 예를 들어,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유와 함께 조리하면 체내 흡수가 잘 된다. 또 일부 채소는 살짝 조리하면 오히려 카로티노이드 함량이 증가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토마토다. 연구진은 다양한 식품 중 파파야가 카로티노이드의 체내 활용도를 높이는 데 특히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는 화장품 업계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항산화 성분으로서의 장점을 강조하며 카로티노이드 성분을 화장품에 활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외용 제품 사용과 더불어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식품을 동시에 섭취할 경우 피부 건강 증진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연구의 한계도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논문들을 종합한 체계적 검토이기 때문에 각 연구의 방법론 차이를 완전히 통일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까지 카로티노이드의 일일 권장 섭취량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채소와 과일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피부 노화 지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피부 미용을 넘어 전반적인 건강 관리와 직결된다.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심혈관 질환 예방, 염증 완화,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 등 폭넓은 효과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 특정 성분에 의존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카로티노이드가 건강한 피부를 위한 중요한 조각이라면, 단백질·비타민·미네랄 등 다른 영양소와의 조화가 퍼즐을 완성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이른바 ‘무지개 식단’을 통해 다양한 색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면, 피부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아름답고 건강한 피부는 화장품 한두 가지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식습관, 수면, 운동, 사회적 교류, 금연, 자외선 차단 같은 생활습관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그중에서도 채소와 과일 속 작은 색소 성분이 우리 몸과 피부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자연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