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나는 불을 낸 적이 없다”…이사 요청받은 고양이의 입장문
요즘 우리 집은 조용하지 않다. 집사 말수가 줄었고, 창밖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복도 벽에 붙은 종이 한 장이었다. 집사는 그 종이를 오래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내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종이에는 고양이와 함께 페럿, 토끼, 너구리 같은 동물을 더는 키우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지금 고양이와 사는 세대는 인덕션에 안전커버를 씌우는 조건으로 3월 31일까지 유예해 주되, 그 뒤에도 꼭 나와 함께 살겠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말도 들어 있었다. 집사는 그 결정을 지난해 12월 21일 입주민 총회에서 정했고, 이후 안내문으로 알렸다고 말했다. 이유도 덧붙였다. 지난해 9월 고양이와 관련된 화재가 있었다는 사례가 있었고, 그래서 협조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는 설명이었다. 나는 그 불을 본 적이 없다. 냄새도, 연기도, 경보음도 내 기억에는 없다. 다만 분명히 아는 건 있다. 불을 켜는 법을 배운 적이 없고, 인덕션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싱크대 위로 올라가 창가를 찾고, 따뜻한 바닥을 골라 눕는 게 하루의 전부였다. 그런데도 그 안내문은 내 존재를 ‘위험’ 쪽으로 밀어 넣는 듯했다. 집사가 읽어 준 표현은 ‘요청’이었지만
- 비건뉴스 편집부
- 2026-01-08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