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목포 7.3℃
  • 흐림제주 10.7℃
  • 흐림천안 2.7℃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비건

[비건리뷰] 비건도 '곰탕' '해장국' 먹는다?!

비건과 해장국은 연관 짓기 어려운 조합이다. 해장국이라고 하면 돼지나 소뼈를 끓인 얼큰한 국물에 우거지, 콩나물 등 고명을 얹은 뼈해장국이나 머리고기와 순대를 듬뿍 넣어 끓인 순댓국 등이 떠오른다. 이외에도 대다수 찌개나 탕은 육수로 맛을 내기 때문에 비건에게는 제한적인 선택지다.

 

 

그런데 최근 비건 사이에서 ‘핫’한 해장국이 있다. 서울 송파구 소재 비건 전문 식당 ‘제로비건’은 해장국, 보양식, 감자탕은 물론 곰탕까지 채식으로 재구성했다. 비건에 대한 선입견을 거두고 혁신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제로비건을 기자가 직접 방문했다.

 

 

푸드코트 한편에 자리잡은 제로비건은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매장 입구 입간판에는 100%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달걀, 우유를 포함한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주문은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무인 셀프 시스템이다.

 

 

화면을 터치하면 메뉴를 고를 수 있고 계산을 완료하고 나면 번호표와 영수증이 제공된다. 메인메뉴는 △칼칼채수해장국 △토마토해장국 △채식 감자탕 △노루궁뎅이 보양해장국 △더덕곰탕 △느타리 두루치기 △해초비빔밥 등으로 구성됐다. 사이드메뉴는 △새송이 강정 △표고 유부잡채 △석박지볶음밥 등이다.

 

 

 

주문 시 염분 함량과 맵기조절도 가능하다. 기자 외 3인이 동행한 가운데 칼칼채수해장국(8000원) 2인분, 노루궁뎅이 보양해장국(1만2000원), 더덕곰탕(1만원), 새송이 강정 大(13000원)을 주문했다. 이날 주문한 음식은 음료를 포함해 총 5만2500원이다. 모든 메뉴의 염분 함량과 맵기는 ‘기본’으로 통일했다. 

 

단품 메뉴 중에서는 노루궁뎅이버섯이 통째로 들어간 노루궁뎅이 보양해장국이 가장 비쌌다. 나머지 메뉴는 일반적인 육수 해장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문을 마치고 나면 자리를 잡고 음식이 나오면 직접 받아오는 셀프 시스템이다.

 

자리를 잡고 식당 내부를 둘러보자 환경위기 시계가 눈에 띄었다. 환경위기 시계는 국내 환경재단과 일본 환경단체 아사히그라스 재단이 지난 1992년부터 공개하는 환경 악화 정도를 나타내는 시각 정보다. 매년 한 번씩 세계 90여 국가 정부, 지방 자치 단체, 기업, NGO, 학계 등 환경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도출한다.

 

 

시각에 따라 0시부터 3시까지는 ‘불안하지 않다’, 3시 1분부터 6시까지는 ‘조금 불안하다’ 6시 1분부터 9시까지는 ‘꽤 불안하다’, 9시 1분부터 12시까지는 ‘매우 불안하다’로 구분한다. 환경 위기 시계의 12시는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최후의 시각’을 나타낸다. 즉, 12시에 다다를수록 인류 멸망이 다가오는 것을 의미한다. 매장은 2020년 9시 46분(정확하게는 1분 증가한 9시 47분)을 가리키는 환경위기 시계를 게시해 놓고 환경보호를 위한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음식이 나오기 전 밑반찬을 가져왔다. 섞박지를 포함한 나물반찬은 모두 비건식이다. 엄격한 비건식은 젓갈이 포함된 김치도 제한하기 때문에 일일이 식재료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제로비건은 밑반찬부터 메인, 사이드까지 모든 메뉴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음식이 준비되면 대기 번호를 불러 안내해 준다. 음식에 대한 첫인상은 ‘신통방통’하다. 육안으로는 비건메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 특히 햄프씨드로 맛과 색을 낸 곰탕의 비주얼이 놀라웠다. 뚝배기 가득한 국물과 건더기 양도 푸짐하다.

 

 

각각의 메뉴를 맛보자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비건은 평소 맛보기 힘든 메뉴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논비건의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먼저 칼칼채수해장국은 시원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건더기는 버섯이 주를 이룬다. 팽이, 느타리, 새송이 등 버섯이 종류별로 풍성해 다양한 식감과 포만감을 준다. 생각보다 간이 센 편이라 다음 주문 시에는 ‘염분 함량 적게’를 선택하겠다는 시식평도 나왔다.

 

 

곰탕은 햄프씨드로 맛을 내 고소한 풍미를 자랑한다. 당면이 들어 있어 실제 곰탕을 먹는 듯한 기분도 낼 수 있다. 노루궁뎅이버섯이 통째로 들어간 노루궁뎅이 보양탕은 근사한 비주얼로 제대로 된 보양식을 들이켜는 기분이다. 담백하면서도 노루궁뎅이버섯 특유의 향이 진하게 녹아 있으며 건강한 맛이 특징이다.

 

 

이날 시식자들은 특히 새송이 강정에 연신 젓가락을 가져갔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새송이가 달달한 강정소스와 어우러진다. ‘겉바속촉’의 식감과 쫄깃하고 향긋한 새송이의 풍미가 닭강정보다 낫다는 말도 나왔다. 새송이 강정은 따로 포장해 가야겠다는 시식자가 있었을 정도다.

 

총평하자면 메뉴 구성이 다채롭고 양이 푸짐하다. 비건이라면 마음 놓고 한식을 외식으로 즐길 기회다. 비건이 아니어도 음식 맛의 완성도가 꽤 높은 편이라 한 번쯤 방문해도 좋겠다.

배너
추천 비추천
추천
1명
100%
비추천
0명
0%

총 1명 참여


프로필 사진
서인홍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