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사람이 사나운 황소를 상대로 싸우는 투우는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의 남부 일부 도시, 라틴 아메리카의 전통적인 오락 중 하나다. 그러나 대중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을 이용한 오락이라는 점과 더불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동물 학대 행위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이에 투우를 금지시킨 국가가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투우에 동원됐던 소들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소가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설립됐다.
지난 3일 미국 매거진 베지뉴스(Vegnews)는 콜롬비아에 세워진 보호소 토로 브라보 리저브(Toro Bravo Reserve)가 투우에 동원되는 황소를 구출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우 경기에 대한 동물 학대 논란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공연장에 들어선 황소는 살아서 나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투우사들은 황소의 목과 등에 칼을 꽂아 서서히 죽게 만들며 고통 속에 발버둥 치는 황소를 관객들은 환호하며 지켜본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8만 마리의 황소가 투우 경기에 동원돼 사망하고 이보다 더 많은 수의 황소가 다치게 된다.
이에 스페인과 멕시코의 일부 주에서는 투우 경기를 전통적인 문화로 보기보다 동물 학대라고 인식해 금지했으며 지난해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투우장 붕괴사건으로 인명 피해가 일어나자 콜롬비아에서는 전국적으로 투우를 금지하는 법안에 투표가 진행됐다.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콜롬비아의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진행된 법안은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투우 경기가 금지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토로 브라보 리저브(Toro Bravo Reserve) 보호소의 설립자 미겔 아파리시오(Miguel Aparício)에 따르면 콜롬비아 공화국 의회가 전통 놀이인 투우 금지를 추진함에 따라 투우를 위해 길러지던 수천 마리의 황소가 도살장으로 가는 것을 막고자 해당 보호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활동적이고 격동적인 스포츠에 동원되던 황소들은 일반 소들과는 달라 매우 복잡하고 공격적인 동물이다. 이에 투우 경기가 금지되고 나면 남겨진 황소들은 대부분 도살장으로 향하게 된다.
미겔 아파리시오(Miguel Aparício)는 “콜롬비아, 스페인에서 투우 경기를 금지시키는 것은 독특한 품종인 황소의 종말을 의미한다”라면서 “투우 경기가 없어지고 나서 황소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놓지 않는 것은 황소의 또 다른 희생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투우 경기와 비슷한 투기 전통 오락이 존재한다. 전북 정읍시, 대구 달성군, 경북 청도군 등 1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소싸움 대회다. 투우 경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소싸움은 소들끼리 힘겨루기를 하는 경기다.
하지만 소싸움 도중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으며 몸집을 불리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을 먹이는 등의 행위가 빈번해지면서 소싸움이 동물 학대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매년 소싸움 경기 전후로는 소싸움 폐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편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오락·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학대’라고 규정하지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지정한 11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주관하는 소싸움 경기’만을 예외로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