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미국 연구진이 자연의 구조적 원리를 모방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분해되는 새로운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별도의 고온 처리나 화학약품 없이도 자연 조건에서 저절로 해체되는 소재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안으로 주목된다.
이번 연구의 발상은 연구 책임자인 유웨이 구 교수가 뉴욕 베어마운틴주립공원에서 등산 중 플라스틱 병이 흩어진 풍경을 보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DNA, RNA, 단백질 등 자연계 고분자는 환경에 장기간 남지 않는데, 합성플라스틱은 왜 분해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 연구가 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자연 고분자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인 ‘자기 분해를 돕는 화학 구조’를 인공 플라스틱에 적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그 결과, 기존 플라스틱과 동일한 기본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특정 조건에서 스스로 결합을 끊고 분해되는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핵심은 결합 구조를 미리 ‘접힌 상태’로 배치해 분해가 필요한 시점에 쉽게 화학 결합이 끊어지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종이를 접어 두면 접힌 선을 따라 쉽게 찢어지는 원리와 유사하다.
연구진은 결합의 방향과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해 동일한 소재라도 분해 속도를 며칠, 몇 달, 또는 몇 년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일회용 포장재, 전자기기 부품 등 용도별로 사용 기간이 다른 제품에 맞춤형 수명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자외선이나 금속 이온을 활용해 분해를 시작·중단할 수도 있어, ‘조건부 분해’가 가능한 스마트 소재로의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는 향후 의료용 약물 전달 캡슐이나 자가 소멸 코팅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을 의미한다.
초기 실험에서는 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액체 물질이 독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연구진은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추가 검증을 진행 중이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기존 플라스틱 생산 공정에 접목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단위 조각의 생물학적 영향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구 교수는 “플라스틱은 사용 중에는 강해야 하지만, 사용 이후에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그 목표를 위한 실질적 화학적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