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4월 17일은 세계 서커스의 날(World Circus Day)이다. 세계 서커스의 날은 2010년 세계 서커스 연맹(Fédération Mondiale du Cirque)에 의해 창립됐으며 서커스가 활성화된 약 50여 개국에서 서커스의 날을 기념해 다양한 공연, 전시 등을 제공한다.
아슬아슬한 재주를 넘으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사하며 관중들에게 큰 환호를 받는 서커스가 사실 동물 학대 현장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서커스에서 동물을 이용한 공연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동물 학대라는 비판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동물 보호 단체 ‘인 디펜스 오브 애니멀즈(In Defense of Animals)’는 세계 서커스의 날을 맞아 전직 코끼리 사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커스에 희생되는 코끼리의 삶을 재조명했다.
영국 최고 실력의 예술품 위조범(Top forger)로 불리는 ‘맥스 브랜드렛(Max Brandrett)’은 1960년대 초 영국의 치퍼필드 서커스(Chipperfield's Circus)에서 코끼리 사육사로 일했던 당시 서커스 환경 내에서 동물들이 겪는 학대 행위에 대해 폭로했다.
그는 코끼리가 재주를 배우는 과정에 대해 “음식, 물, 휴식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사육사가 훈련을 보지 못하도록 한 후 채찍 부딪히는 소리와 코끼리에게 명령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라면서 “때때로 전기 충격 장치와 같은 잔인한 도구들이 동원되기도 했으며 채찍 소리와 동시에 코끼리의 귀를 찔러 피를 나게 해 소리와 고통을 연관시키는 작업을 수행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끼리가 훈련이나 공연이 없는 날에도 사슬에 묶여 있으며 ‘주코시스(zoochosis)’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코시스란 좁은 공간에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동물들이 겪는 정신병적인 증세를 의미하는데 서커스에 희생된 동물을 비롯해 수족관에 갇힌 해양동물,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게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맥스는 “서커스 관계자들은 코끼리들끼리 싸움을 막기 위해 코끼리의 엄니를 톱질해 외형을 손상시키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코끼리들이 싸움을 일으키는 것은 흔한 일이며 실제로 두 마리 코끼리가 마루판에 족쇄를 묶인 채 싸우면서 마루판이 들리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커스에서 공연을 하는 사자, 악어도 심각한 학대를 받았다. 그는 “사자 조련사는 사자의 이빨과 발톱을 뽑았고, 악어를 다치지 않게 하는 명목으로 투명한 끈으로 악어의 입을 묶어두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맥스는 “서커스에서의 시간을 후회하고 고통스러워 하고있다”고 전하면서 “아직까지도 심각한 죄책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 증언을 통해 서커스에서 동물을 이용하는 잔인한 행위를 종식시키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전했다.
플뢰르 도스(Fleur Dawes) ‘인 디펜스 오브 애니멀즈’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전직 서커스 직원은 찾기가 어려울 뿐더러 그들이 목격한 동물 학대에 대해 기록에 남길 만큼 용감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이렇게 용기를 내준 맥스에게 감사하다. 가슴 아픈 것은 맥스가 60년대 코끼리 사육사로서 목격한 공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서커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세계 서커스의 날,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 강력한 증언을 시청하고 다시는 동물 서커스를 방문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동물 인권단체 '애니멀 디펜더스 인터내셔널(ADI)'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서커스에 약 300마리의 야생 동물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이탈리아에서는 약 2000마리의 동물이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