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서인홍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이 총 459만2천958마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통이 극심한 ‘D·E등급’ 실험이 전체의 80%를 넘는 것으로 집계돼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2024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실적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전년(458만1천798마리)보다 소폭 증가했다.
가장 많이 사용된 동물은 설치류로, 총 406만7천518마리가 실험에 동원됐다. 어류(26만5천177마리), 조류(25만4천417마리), 기타 포유류(13만9천34마리), 토끼(2만7천605마리) 순이었다.
2024년 동물 종류별 실험 사용 마릿수 (상위 5종)

전체 실험 가운데 동물에게 중대한 고통을 유발하는 ‘고통 E등급’ 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236만4천100마리로, 전체의 51.5%를 차지했다. ‘고통 D등급’ 실험도 131만5천849마리로 28.6%에 달했다. D·E등급을 합치면 367만9천949마리로 전체 실험동물의 80.1%에 이른다.
이 같은 수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에서 D·E등급 비율이 통상 20% 수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가 동물실험 천국으로 전락했다”며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줄이려는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4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오가노이드, 인공지능(AI) 모델 등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동물실험 만능주의’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에 발의된 ‘동물대체시험법 촉진법’은 수년째 본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라며 “국가적 윤리기준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실험의 과학적 타당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환은 1.16%에 불과하고,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의 약 95%가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 실패한다”며 “동물실험은 과학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실험동물 사용실적에서 설치류 중 ‘마우스’는 총 374만4천411마리가 실험에 사용됐고, 이 가운데 약 216만 마리(57.7%)가 E등급 실험에 투입됐다. D등급도 107만여 마리에 달해, 극심한 고통을 겪는 실험에 쥐가 집중적으로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마우스 고통 등급별 실험 사용 마릿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