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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해양 전역 뒤덮은 미세플라스틱, 인류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스모그’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이 이제 해양의 가장 깊은 층까지 스며들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해양과학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북대서양과 인접 해역 2,000여 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바다의 모든 수층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이를 “해양을 떠도는 얇은 스모그”에 비유하며, 지금까지 과소평가돼 온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의 해수면 쓰레기 지대뿐 아니라, 해양 심층까지 플라스틱 입자가 퍼져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해수면에서의 회전 해류(자이르)처럼 해저에서도 유사한 축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아론 스터빈스(Aron Stubbins) 박사는 “우리가 알던 플라스틱 쓰레기 지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심해에서까지 플라스틱이 렌즈 형태로 응집돼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경고 신호”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다양한 관측 장비를 동원해 표층부터 심층까지 플라스틱 분포를 정밀 분석했다. 조사 지역은 북반구 해상운송로와 연안 인구 밀집 지역 등, 플라스틱 배출량이 높은 해역에 집중됐다. 그 결과, 20마이크론 이하 크기의 미세입자들이 해수 중 가장 높은 농도로 검출됐고, 이는 곧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요각류와 같은 미세 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오인해 섭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실제로 크릴과 같은 해양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영양분으로 착각해 섭취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단지 생물의 섭식 활동에 영향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생물학적 탄소 순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특히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바다는 매년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을 흡수하며, 이 과정은 플랑크톤의 침강 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크기와 밀도가 유사한 플라스틱 조각이 이 과정에 혼입되면 탄소가 예상보다 얕은 수심에 정체되거나,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심해로 가라앉게 돼 탄소 순환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스터빈스 박사는 “플라스틱이 바다의 탄소 흡수 능력을 저해해 기후변화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유력이 높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은 해수면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더 무거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역시 중층 수심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이는 입자가 충분히 작아지면 밀도보다는 유체 내 항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외선, 마모, 미생물 작용에 의해 100마이크론 이하로 쪼개진 입자는 해류에 떠다니며 수개월에서 수년간 수중에 부유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이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유기 오염물질과 병원성 미생물, 중금속 등을 실은 ‘화학적 칵테일’의 운반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름 10마이크론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하나가 독성 물질을 해양 생물에게 전달하고, 이 독성은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인간의 식탁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 고리는 해양 생태계 전반과 인류 식량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해에서의 플라스틱 조사와 분석은 막대한 비용과 정교한 실험이 필요한 만큼,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표면 조사에 의존해왔다. 이번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스틱 크기 기준, 필터링 방식, 오염 통제 기준 등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해 깊이별 통합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국제적 대응 전략 수립에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플라스틱이 수계로 유입되기 전 이를 포집하거나 분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관리 강화를 위한 국제 조약 초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지속적인 순환과 축적을 감안할 때,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지구적 대응은 늦어지고 있다. 설령 내일 전 세계 플라스틱 유출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이미 바다를 떠도는 수조 개의 미세플라스틱은 향후 수십 년간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현재 위치’를 명확히 보여줬으며, 향후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경고를 넘어,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 없이는 인류가 의존하는 바다와 그 생태 시스템은 점차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지금은 해양을 향해 흘러가는 플라스틱을 막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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