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최근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 논문이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식단에 대한 과학적 정의를 새롭게 제시했다.
플렉시테리언은 일반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면서도 간헐적으로 육류나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식생활 방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명확한 학술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플렉시테리언 식단의 개념을 정량적으로 규명하고, 국제적인 식이 지침과의 연계 가능성을 평가함으로써 관련 정책 및 공중보건 권고안 수립에 기반을 제공했다.
연구진은 PubMed와 Scopus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플렉시테리언 또는 세미베지테리언(semi-vegetarian)을 키워드로 설정하고 총 86편의 논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된 정의에 따르면, 플렉시테리언 식단이란 유제품, 계란, 육류 또는 생선을 월 1회 이상, 주 1회 미만으로 섭취하는 식단을 의미한다. 이는 ‘고기를 자주 먹지 않지만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는’ 기존 대중적 인식에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빈도 기준을 부여한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42개국의 식품 기반 식이 지침(Food-Based Dietary Guidelines, FBDG)을 비교 분석했다. 이들 국가 가운데 ‘플렉시테리언’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전무했으나, 스리랑카의 경우 유사 개념인 ‘세미베지테리언’ 식단을 식이 지침 내에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스페인, 벨기에, 영국 등 14개국은 붉은 고기 섭취를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의 섭취 비율을 조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제품과 생선에 대해서는 국가 간 권고 기준에 차이가 드러났다. 전체 42개국 중 67%인 28개국이 유제품의 일일 섭취를 권장하고 있었으며, 43%인 18개국은 주 단위 생선 섭취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었다. 이는 플렉시테리언 식단의 ‘축소적 소비’ 원칙과 일부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알바니아,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등의 국가는 일일 동물성 식품 섭취를 의무화하고 있어, 해당 식단 적용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북유럽 국가 등은 강화된 식물성 음료(예: 두유, 귀리음료 등)를 유제품 대체품으로 인정하고 있어, 플렉시테리언 식단의 확산 가능성이 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적으로 볼 때, 42개국 중 28개국은 해당 정의에 기반한 플렉시테리언 식단을 실질적으로 수용 가능하거나 적응 가능한 상태로 평가됐다.
이번 연구는 플렉시테리언 식단에 대한 세계 최초의 정량적 정의를 도출함으로써, 향후 건강 및 환경 분야에서 식이 비교 연구의 기준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또한 학술적 정의가 명확해짐에 따라, 정부나 보건기관 차원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식생활 가이드라인 수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식물성 위주의 유연한 식단이 주목받는 현재의 식품환경 속에서, 플렉시테리언 식단은 건강과 지속가능성의 접점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적 식습관으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