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온 상승이 영유아기의 학습과 발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평균 최고기온이 32°C를 넘는 환경에 장기간 노출된 영유아는 문해·수리 등 핵심 초기 발달 영역에서 성취도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후위기가 아동 발달에 미치는 장기적 위험을 경고하며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조사는 6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유아기 학습 발달과 주변 기후조건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높은 온도가 초기 발달을 늦출 수 있다는 근거가 도출됐다. 특히 기온 상승이 누적될수록 생활환경, 영양상태, 주거여건 등과 맞물려 학습 능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 최고기온이 32°C를 초과하는 지역의 아동은 기초 문해력과 수리력과 관련된 주요 발달 지표에서 성취도가 낮았다. 미국 뉴욕대학교의 호르헤 쿠아르타스 연구진은 “유아기의 발달은 평생 학습과 건강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고온 노출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며 보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대로 최고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는 발달 지표가 더 높게 나타났다. 평균 최고기온이 30°C를 초과할 경우 발달 성취도가 수 퍼센트 감소했으며, 경제적 취약계층에서 그 하락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는 고온 노출이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과 결합해 발달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온은 영유아의 신체에도 부담을 준다. 체온 조절 능력이 성인보다 낮은 영유아는 수분 손실 속도가 빠르고,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민감해 열 노출 시 피로와 집중 저하를 경험하기 쉽다. 장기간 고온에 노출되면 수면 패턴이 불안정해지고, 염증 반응이 증가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축적되고 있다.
특히 뇌세포가 급속히 성장하는 초기 생애 단계에서는 고온이 기억과 감정조절, 인지발달과 연관된 신경 경로를 교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 지역의 경우 건물 밀집과 열 축적 효과로 밤에도 높은 기온이 유지돼 아동의 회복 시간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경적 요인과도 상호작용이 나타났다. 고온은 농업 생산과 식품 안전성에 부담을 주어 영유아 영양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오염수나 병원체 확산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는 감염성 질환 노출 가능성이 증가한다. 깨끗한 물과 환기 여건이 부족한 주거환경은 아동을 고온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한다.
연구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발달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고소득 가정의 아동은 온도 상승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저소득층 아동은 동일한 기온 변화에서도 발달 지표 하락 폭이 컸다. 도시 거주 아동은 30°C 이상 구간에서 발달 저하가 더욱 뚜렷했으며, 안전한 물과 위생시설이 부족한 가정에서 위험이 크게 높았다.
임신기 고온 노출도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 연구에서는 임신 중 특정 고온 기간 이후 미세한 위험 증가가 관찰됐으며, 최고기온이 33°C를 넘는 시기에 취약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출생 전 발달 단계가 기후 스트레스에 민감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고온이 아동 발달에 어떤 기전을 통해 영향을 주는지, 어떤 요인이 보호 또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전 세계 아동의 장기적 학습 능력과 건강, 사회적 기회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늘이 있는 놀이 공간 조성, 안전한 식수 공급, 주거·보육 공간 내 냉방 접근성 개선, 도시 녹지 확충, 보호자 대상 온열 안전 교육 등을 통해 영유아의 고온 스트레스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기온 상승에 대비한 지역사회 기반 안전망이 강화될 경우 아동의 학습과 정서 발달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아동심리정신의학저널(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