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미세플라스틱이 하천과 연안에서 이동하며 다양한 미생물을 흡착해 운반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되면서, 병원 폐수에서 해양으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병원성 미생물과 항생제 내성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학술지에 공개된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 표면에서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이 주변 오염도에 따라 크게 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지역별 오염 수준이 미생물 구성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하천, 호소, 연안 등 거의 모든 자연환경에서 발견된다. 수 시간 내에 다양한 세균이 표면에 부착해 ‘플라스티스피어’로 불리는 생물막을 만들며, 이 생물막에는 병원성 세균과 항생제 내성균이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표면이 생물막 형성에 적합할 뿐 아니라 흡착된 오염물질이 미생물 활성에 영향을 미쳐 내성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항생제, 중금속, 유기오염물질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을 흡착한다. 이러한 물질이 미생물의 생존 압력으로 작용해 내성 획득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플라스틱 조각이 잘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 이동하는 점도 생물막 유지와 내성균 확산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는 실제 환경 조건을 재현하기 위해 병원 미처리 폐수 지점부터 하류 하천, 연안 해역까지 오염도 구간을 따라 특수 부유 구조물을 설치하고, 미세플라스틱·나무·유리 등 다섯 가지 소재를 동일 조건에서 노출해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에 사용되던 봉투·케이지 방식이 생물막의 형성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두 달간의 노출 뒤 채취된 생물막 DNA 분석에서는 수천 종의 미생물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소재 종류보다 위치와 오염도 변화가 군집 구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병원 폐수 지점은 세균량이 높았으나 다양성은 낮았고, 하류와 해양 구간으로 갈수록 생물 다양성이 증가하는 반면 세균 밀도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병원성 세균은 모든 소재에서 검출됐으며, 이동 경로에 따라 변화 양상도 달랐다. 일부 병원성 세균은 하류에서 감소했지만, 미세플라스틱 생물막에서는 오히려 증가한 사례도 나타났다. 연구에서 확인된 플라보박테리아강, 푸소박테리아강, 몰리큐트강, 스핑고박테리아강 등은 어류 질병과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미생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양식장 인근 해역에서도 해당 생물막이 관찰된 점을 근거로 수산물 안전성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비브리오균 일부는 하류 지역에서 병원 폐수 지점보다 높은 비율로 나타나, 미세플라스틱이 새로운 환경에서 병원성 세균 생존과 확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 분석에서는 미세플라스틱에서 100종이 넘는 내성 유전자가 확인돼, 나무·유리·자유 부유 미생물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표면의 밀집된 생물막이 유전자 교환을 촉진하고, 흡착된 항생제가 내성 균주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폴리스티렌과 너들(nurdle)에서 내성 유전자 비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두 소재가 생물막 형성에 유리한 표면 구조를 가졌거나 항생제를 더 잘 흡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미노배당체, 테트라사이클린, 옥사졸리디논 등 여러 항생제 계열의 내성 유전자는 하류에서 더 많이 발견돼, 농업 유출수나 잔류 오염물질 영향이 있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연구를 이끈 에밀리 스티븐슨 연구진은 최근 영국 서식스 지역에서 발생한 하수 기원 바이오비드 유출 사례를 언급하며 “미세플라스틱 표면에서 병원성 세균과 항생제 내성균이 동시에 증가할 수 있어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 측은 특수 구조물이 기존 연구의 편향을 줄여 실제 환경 변화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펜니 린디크 교수는 “플라스틱 조각은 환경에서 장거리 이동하며 미생물을 보호하는 매개체가 된다”며 “해변 정화 활동 참여자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 뒤 손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린디크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항생제 내성균 생존을 높일 수 있어 환경·공중보건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아울러 아이미 머레이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환경오염을 넘어 항생제 내성 확산과도 연결된다”며 “부문 간 통합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과 항생제·중금속·오염물질 간 상호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폐기물 관리 및 오염 저감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을 수거·조사할 때 장갑 착용 등 기본적인 보호 조치를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엔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