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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폭염에 높은 습도 겹치면 심장질환 위험 6배 치솟아

방글라데시·미국 공동 연구…“습도, 폭염 경보에 반드시 반영해야”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극심한 더위와 습도가 결합할 경우 심장질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기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습도의 영향이 심혈관 건강에 치명적인 부담을 준다는 분석으로, 기후위기 시대 공중보건 대책에서 습도를 독립적 위험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더운 시기 응급실을 찾은 심혈관 질환 환자 34만758건을 조사했다. 이 결과 무더위와 높은 습도가 동시에 나타난 날에는 건조한 더위가 이어진 날보다 심혈관 응급실 내원 가능성이 6배 증가했다. 특히 상대습도가 82%를 초과하는 고온다습 환경에서 위험이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를 이끈 모스타피주르 라만 미국 튤레인대학교 공중보건·열대의학대학원 조교수는 “더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해야 기후변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고온과 습도가 결합했을 때 위험 증가 폭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정부 차원의 경보 체계가 단순한 온도 기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습도가 중요한 이유는 체온 조절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인체는 땀의 증발을 통해 열을 배출하지만, 공기가 이미 수분으로 가득 차 있으면 증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이 경우 체온이 상승하고 피부 혈류량이 늘어나면서 심장이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게 된다. 땀이 증발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탈수와 전해질 손실도 심장 부담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번 연구는 폭염과 습도가 겹쳤을 때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위험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반면 습도 단독으로는 별도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았으나, 더위와 결합했을 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의 독립적 연구와도 일치한다. 미국에서는 여름철 습도가 높을수록 노인층에서 심장병과 뇌졸중 입원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문제는 대응 능력의 격차다. 다카의 경우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2023년 기준 2.28%에 불과하다. 2021년 1.6%에서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상당수 가정은 냉방 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라만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는 수십억 명의 인구가 에어컨 접근성 없이 기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냉방 수단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더위에 취약한 건물과 환경에서 생활하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고온다습 환경에서 특히 심장질환자, 심부전 환자, 고혈압 환자, 뇌졸중 병력이 있는 고령자들이 위험군에 속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폭염 경보를 단순히 기온 기준으로 내리는 기존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시 당국은 습도를 반영한 경보 체계를 마련하고, 냉방센터 운영시간을 늘리며, 야외 근무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고온다습한 날에는 활동을 줄이고, 야외 작업을 분산하거나 그늘과 냉방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등 예방 조치가 권장된다. 의료체계 차원에서는 병원과 응급구조 서비스가 폭염·습도 예보에 맞춰 인력을 조정해 환자 급증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고온다습한 날 심장이 과도하게 작동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습도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공중보건 대책에 반영해야 불필요한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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