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0 (수)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많음인천 29.1℃
  • 구름많음원주 29.1℃
  • 구름많음수원 29.3℃
  • 구름조금청주 30.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구름조금전주 31.3℃
  • 맑음울산 31.3℃
  • 맑음창원 30.1℃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구름조금목포 30.6℃
  • 맑음제주 31.5℃
  • 구름조금천안 29.0℃
  • 맑음구미 31.4℃
기상청 제공

동물보호

뉴욕 센트럴파크 마차마 ‘Lady’ 사망…현장에 충격 광고판

‘Ryder’s Law’ 재점화… 전통 관광산업과 동물복지 충돌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지난 8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관광 마차를 끌던 말 ‘Lady’가 도로 위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한 비극은 뉴욕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건 직후 사고 지점 인근 헬스키친 51스트리트와 11애버뉴 교차로 상공에는 “또 한 마리의 말이 죽었다. 타지 마세요(Don’t Ride)”라는 문구와 함께 쓰러진 마차마의 모습이 담긴 대형 광고판이 설치됐다. 도심 한복판에 내걸린 강렬한 메시지는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관광 마차 산업의 존폐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건의 직접적인 사인은 예비 부검에서 대동맥 파열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수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부신 종양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디서든 발생 가능한 의학적 돌연사일 뿐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방어했다. 그러나 동물권 단체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마차마 사망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제도의 허점에서 비롯된 구조적 비극이라고 지적한다. 폭염과 소음, 교통 혼잡 속에서 과도한 노동을 강요당하는 말들이 언제든 비슷한 사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같은 장소에서 말 ‘Ryder’가 쓰러진 사건도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번 사건은 뉴욕시의회에서 논의 중인 ‘Ryder’s Law’ 제정 논의를 재점화했다. 해당 법안은 관광 마차 면허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2026년 6월부터는 마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기존 마차마들의 인도적 이양 방안과 운전사들의 재취업 지원책도 포함돼 있다. 최근 센트럴파크 보전단체까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법안의 추진 동력이 강화되고 있다. 반면 운전사 노조와 업계는 “동물 복지 기준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으며, 수백 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Lady의 죽음을 산업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의회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번 광고판 설치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도심 공간을 활용한 전략적 메시지 전달로 평가된다. 사건 현장 바로 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오가는 도심 공간에 충격적 이미지를 배치함으로써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정책 변화를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도 관광 명소로서의 전통과 동물복지라는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관광마차 논란은 낯설지 않다. 제주 지역을 비롯한 일부 관광지에서는 꽃마차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는 말들이 도심 소음과 교통 환경 속에서 고통받는다는 동물권 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제주시 측은 현장 점검 결과 “학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단체들은 구조적 스트레스가 말의 복지를 저해한다며 운영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 역시 과거 안전 문제와 교통 혼잡 우려로 관광마차 운영을 축소한 바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Lady의 죽음이 남긴 충격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인간의 오락과 동물의 생존권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현장에 설치된 광고판은 한 마리의 죽음을 사회 전체의 성찰로 확장시키는 장치였다. 전통 관광 산업의 가치와 동물복지라는 시대적 요구 사이에서, 뉴욕의 선택은 다른 도시와 국가에도 적잖은 파급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