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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웰빙의 상징’에서 ‘그린 골드’로…기후위기가 불러온 공급 불안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항산화 성분과 차분한 각성 효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말차가 최근 ‘웰빙 아이콘’을 넘어 ‘그린 골드(녹색 금)’라는 별칭으로까지 불린다. 소셜미디어 열풍 속에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기후위기와 생산 구조적 제약이 겹치면서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차는 전 세계적인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한 대표 식품이다. 잎을 통째로 갈아 만든 분말을 물이나 우유에 풀어 마시는 방식은 현대인의 ‘건강한 에너지 드링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카테킨, 체지방 연소를 돕는 EGCG, 긴장 완화에 효과적인 L-테아닌 성분이 풍부해 집중력 향상과 스트레스 완화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젊은 세대의 소비를 이끌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의 힘이 더해졌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는 ‘말차코어(matcha-core)’라는 해시태그가 수억 뷰를 기록하며, 카페 음료에서 홈카페 레시피까지 말차 활용법이 빠르게 확산됐다. 글로벌 음료 체인과 제과업체들도 앞다투어 말차 제품을 출시하면서 수요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수요의 급성장은 생산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고품질 말차의 원료인 ‘텐차’는 일본 교토, 우지 등 특정 지역에서 그늘재배를 거쳐 수확된다. 차광막 설치, 정밀한 수확 시기 조절, 장인들의 숙련된 가공 기술이 필요해 생산 확대에 수년이 걸린다. 새로운 농가가 진입하더라도 똑같은 품질을 확보하기 어려워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힘든 구조다.

 

 

여기에 기후위기의 영향이 덮쳤다. 올여름 일본 주요 산지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교토 지역은 섭씨 40도에 가까운 고온이 지속되면서 어린 찻잎이 시들거나 변색되는 피해가 잇따랐다. 수확량은 급감했고, 이 여파로 5월 교토 경매에서 텐차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70% 뛰어올라 킬로그램당 8,200엔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말차가 이제는 ‘그린 골드’로 불릴 만큼 귀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가격 불안정은 소비자와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친다. 해외 유명 카페 체인들은 세레모니얼 등급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리용 등급을 블렌딩해 음료를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는 한정판 전략을 내세워 희소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생산 확대에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공급 불안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은 말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기후와 수요가 맞물려 공급 위기가 반복된 사례가 많다. 서아프리카산 코코아는 병해충과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중해산 올리브유는 가뭄과 폭염으로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 리터당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소비자들이 다른 식용유로 이동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는 사이클론 피해와 도난 문제로 단기간에 5~6배 폭등하며 ‘천연 프리미엄 향료’ 시장의 구조를 바꿔놓았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강한 수요와 기후 충격이 동시에 닥칠 때, 공급 제약이 큰 작물은 가격 급등과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말차 역시 건강·웰빙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별개로,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변수에 취약한 작물임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제 말차가 단순한 ‘힐링 음료’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국제적 과제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품종 개량, 물 사용 최적화, 친환경 농법 같은 대응이 진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기후위기 완화에 달려 있다. 웰빙을 상징하는 녹색 분말이 앞으로도 대중의 곁에 남을 수 있을지는, 지구 온난화와의 싸움에서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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