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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지중해, ‘뜨거운 바다’로 변신…기후위기 전조 드러내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아온 지중해가 이제는 온수욕장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바다’로 변하고 있다. 최근 관측에서 지중해 수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단순한 이상 현상을 넘어 기후위기의 전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경고가 과학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인간에게는 잠시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물일지 모르지만, 바다에 의존해 살아가는 생태계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신호다.

 

지난 7월 지중해 평균 수온은 화씨 80.4도(섭씨 26.9도)에 이르렀다. 일부 해역은 화씨 82도(섭씨 27.8도)를 넘기며 바닷물이 뜨겁게 달궈졌다. 지중해는 좁은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대서양과 연결돼 있어 물 교환 속도가 느리다. 이 때문에 열과 오염, 산성화가 빠르게 쌓이며 지구 평균보다 더 가파른 온도 상승을 겪고 있다. 실제로 1982년부터 2019년까지 지중해 표면수온은 섭씨 1.3도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해양 평균 상승폭의 두 배에 달한다.

 

국제 연구진은 지중해 생태계와 기후변화 관련 131편의 논문을 분석하고, IPCC 기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온도 상승 단계별 위험도를 정리한 ‘불타는 숯불(burning ember)’ 도표를 제작했다. 분석 결과는 명확하다. 작은 온도 상승도 큰 생태적 파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섭씨 0.4도 추가 상승만으로도 포시도니아 해초밭이 크게 줄어들고, 2100년에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토착 해조류는 감소하고 외래종이 확산하면서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어류 자원은 30~40% 줄어들 전망이며, 일부 종은 차가운 북쪽 바다로 이동한다. 대신 라이언피시 같은 외래종이 자리를 차지해 먹이사슬을 교란할 것으로 보인다.

 

연안 생태계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변과 사구, 암석 해안이 침식되고, 바다거북 산란지의 60% 이상이 사라질 위험이 제기된다. 이미 섭씨 0.4~0.5도의 온도 상승만으로도 습지와 염습지, 석호, 삼각주에서 식물 고사와 침입종 확산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강수량 변화로 수자원이 줄고, 홍수와 영양물질 과잉이 겹치면서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기후 시나리오별 전망도 우려를 더한다온실가스 배출이 머지않아 정체되는 중간 시나리오(RCP 4.5)에서도 2050년까지 섭씨 0.6도, 2100년까지 1.3도 상승이 예상된다. 반면 정책 변화 없이 배출이 계속 늘어나는 고배출 시나리오(RCP 8.5)에서는 세기 말까지 2.7~3.8도 상승할 수 있다. 이는 더 빠른 산성화, 해수면 상승, 먹이망 붕괴로 이어져 지중해 생태계의 붕괴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진은 또 지중해 남부와 동부에서 온도 자료가 부족해 실제 위험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오염, 남획, 침입종 등 복합 요인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도 부족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지중해는 기후위기의 조기 경보장치다. 지금의 변화는 머지않아 전 세계 바다에서도 반복될 것이다”라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지중해는 수산업과 관광업, 연안 농업 등 수백만 명의 생계를 지탱한다. 따라서 생태계 붕괴는 해안선을 넘어 인간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정치적 결단에 따라 최소화는 가능하다”며 “0.1도의 차이가 지중해와 인류의 미래를 가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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