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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효모에서 길러낸 ‘클린 오일’…팜유 대체재, 글로벌 화장품 시장 진출 승인

영국 스타트업 클린푸드그룹, 발효 기반 지속가능 오일 상업화…EU 삼림파괴 규제 앞두고 대안 원료 주목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영국 스타트업 클린푸드그룹(Clean Food Group·CFG)이 발효 효모에서 추출한 대체 오일 성분 ‘클린 오일 25(Clean Oil 25)’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에서 화장품 원료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지속가능 원료가 글로벌 퍼스널케어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클린 오일 25는 CFG가 영국 뷰티 기업 THG의 제품개발 부문인 THG랩스(THG Labs), 특수 화학기업 크로다(Croda)와 협력해 개발했다. 이들은 식품 폐기물, 특히 빵과 같은 곡물성 부산물을 비유전자변형(GMO) 효모에 공급하고 발효시켜 기존 식물성 오일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지방을 만들어냈다. CFG는 이 과정을 통해 생산한 오일이 팜유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전통적인 오일 생산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 9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상업적 생산 가능성도 입증됐다. CFG는 새로운 설비를 구축하지 않고도 기존 인프라에서 6만 리터 규모의 발효 생산을 마쳤으며, 이를 통해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지속가능 원료가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이번 승인 소식은 국제 사회의 규제 변화와 맞물려 더욱 의미를 갖는다. EU는 오는 12월부터 삼림파괴와 관련된 원료의 수입을 제한하는 규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팜유는 대표적으로 이러한 규제 대상에 해당하며, 다국적 화장품·식품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망 확보에 분주하다. 이에 따라 팜유 대체재는 ‘환경적 필연’과 ‘산업적 기회’라는 두 가지 이유로 급부상하고 있다. 클린 오일 25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지속가능 식품·바이오 분야 전문 투자사 아그로노믹스(Agronomics Limited)는 CFG에 약 160만 파운드를 투자하며, 이번 승인이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준 계기라고 평가했다. CFG는 우선 화장품과 퍼스널케어 시장에 진입한 뒤, 추후 식품용 대체 지방(Clean Fat)으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는 비건 식품, 대체 단백질과 함께 ‘대체 지방’이 미래 식품 시장에서 또 하나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팜유는 전 세계 가공식품, 세제, 화장품 등 수천 종의 제품에 쓰이는 필수 원료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한 생산 과정에서 대규모 열대우림 파괴와 인권 문제를 야기해 왔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도 생산과정에서 상당한 탄소 배출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조류지방, 미세조류 오일, 미생물 발효 지방 등 다양한 대체재 개발이 활발히 진행돼 왔으며, 이번 CFG의 규제 승인은 ‘대체 지방 시장’의 성숙 단계 진입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CFG 공동창업자인 알렉스 크레임스(Alex Crame)는 “폐기물에서 지속가능한 오일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기술이 이제 산업 전반에 적용될 준비가 됐다”며 “화장품을 시작으로 식품까지 영역을 넓혀 환경 친화적 전환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팜유를 둘러싼 환경 규제 강화와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 요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클린 오일과 같은 발효 기반 대체재의 등장은 비건·지속가능 산업 전반의 지형을 바꾸는 중요한 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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