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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유럽 보건 전문가 10명 중 9명 “육류 과소비 심각… 경고문 필요”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유럽 보건 전문가들이 육류 과소비가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제품 포장에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축산업계의 영향력과 정부 정책이 이러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면서, 육류 중심 식단에서 벗어나 식물성 단백질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동물복지와 식품 시스템 전환을 위한 단체인 마드레 브라바(Madre Brava)는 최근 유럽 5개국의 의사와 영양사 600명을 대상으로 육류 소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1%는 유럽의 평균 육류 섭취가 건강 권고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84%는 이를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공중보건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95%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 제품에 흡연 경고문과 유사한 건강 경고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가 심장질환과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하버드대 연구를 비롯해 다수의 과학적 근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올해 발표된 대규모 검토 연구에서는 가공육에는 안전한 섭취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예를 들어, 핫도그 한 개만으로도 대장암 위험이 7%,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이 2% 증가하고, 햄 두 조각은 대장암 발병 위험을 26%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육류 섭취 감소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참여한 보건 전문가의 90%는 현재 유럽의 육류 소비가 이미 과부하 상태에 놓인 의료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사례를 보면, 1인당 육류 섭취를 주 2~3회로 줄일 경우 조기 사망 4만5000명을 예방할 수 있고, 연간 12억 파운드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영국 보건경제연구소의 연구에서는 국민이 완전한 채식 식단을 채택할 경우 연간 최대 188억 파운드의 순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식단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축산업계의 막강한 영향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에 참여한 의사와 영양사 72%는 축산업계가 과학적 증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붉은 고기가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하는 연구의 상당수가 축산업계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의 89%는 대형 식품기업이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응답했으며, 76%는 정부 보조금이 육류 과소비와 건강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EU 공통농업정책 보조금의 82%가 축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는 식물성 농업 지원액의 4배 수준이다.

 

국가별 차이도 눈에 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축산업계가 과학을 훼손한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60% 이상이 여전히 동의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의사의 19%가 붉은 고기와 가공육에 건강 경고문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영국에서는 전원이 경고문 부착에 찬성했다. 독일은 지난해 이미 식이 지침을 개정해 식단의 75%를 식물성 식품으로 구성하도록 권고하면서 변화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한편 전문가의 87%는 학교나 병원 등 공공기관에서 고기 위주의 식사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82%는 정부가 식물성 식단 보급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이 비율이 94%로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는 68%로 가장 낮았다.

 

마드레 브라바의 비키 본드 대표는 “식단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유통업계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고기를 완전히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섭취량을 줄이고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늘리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전문가들이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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