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나이는 단순히 해마다 늘어나는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장기, 특히 뇌는 내부에서 점진적으로 노화가 진행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MRI를 통해 실제 나이와 비교한 ‘뇌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 나이가 실제보다 높으면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커지고, 반대로 낮으면 건강한 신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뇌를 더 젊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식단은 무엇일까.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임상 연구는 여기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바로 지중해식 식단을 바탕으로 녹차, 호두, 수생식물 만카이를 더한 ‘그린-지중해식’이다. 연구진은 복부 비만이나 이상지질혈증을 가진 성인 300여 명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식단을 달리해 관찰했다. 한 그룹은 일반적인 건강 식단 지침을, 다른 그룹은 칼로리를 제한한 전통적 지중해식을 따랐다. 마지막 그룹은 녹차 하루 3~4잔, 호두, 만카이 쉐이크를 포함한 폴리페놀 중심의 그린-지중해식을 섭취했다. 모든 참가자에게는 신체 활동 지침이 공통적으로 제공됐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뇌 MRI와 혈액 단백질 검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그린-지중해식 그룹이 가장 뚜렷한 긍정적 변화를 보였다. 특히 염증과 관련된 단백질 ‘갈렉틴-9’ 수치가 다른 그룹보다 현저히 감소했으며, 이는 뇌 나이가 실제보다 늙어 보이는 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4잔가량의 녹차와 주 7회 정도의 호두 섭취가 이러한 변화를 뚜렷하게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이전 DIRECT PLUS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만으로도 뇌 위축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지만, 녹차와 호두, 잎채소 같은 식물성 식품을 더한 그린-지중해식은 훨씬 더 큰 이점을 제공했다. 단기간에 인지 능력 검사에서 뚜렷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뇌 영상과 분자 수준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모든 인구집단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참가자의 대부분이 대사질환 위험을 가진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 노화를 늦추는 식단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신호라는 점에서, 일상적인 식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실천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선 기본적으로 채소, 통곡물, 콩류, 허브, 잎채소 등 식물성 식단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식 패턴을 따르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녹차를 하루 2~4잔 정도 마시고, 호두를 소량 꾸준히 섭취하면 된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줄이고, 대신 생선을 선택하는 것도 뇌 건강에 긍정적이다.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과 혈당 관리가 병행되면 효과는 배가된다.
이번 연구는 식물성 식단의 과학적 효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녹차와 호두, 그리고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한 그린-지중해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뇌 건강을 지키는 장기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뇌 나이를 젊게 유지하고 싶은 이들에게, 매일의 식탁에서 녹차 한 잔과 호두 한 줌이 가장 손쉬운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