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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기후위기 앞에 물러서는 인류…전 세계 해안 공동체 ‘퇴각 중’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해수면이 서서히 높아지고 폭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인류가 오랜 세월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해안이 이제는 ‘떠나야 할 곳’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연안 지역 사회 절반 이상이 바다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생존과 불평등, 그리고 적응력의 한계가 교차하는 ‘인간의 후퇴’다.

 

모나시대학교, 중국 쓰촨대학교 재난관리·복구연구소, 덴마크 및 인도네시아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한 국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연안 지역 사회의 56%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992년부터 2019년까지 27년에 걸쳐 155개국 1,071개 해안 지역의 위성 야간 조명 데이터를 분석해, 인류의 거주지가 바다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 중 28%는 기존 위치에 머물렀고, 16%는 오히려 해안 쪽으로 인구가 이동했다. 연구를 이끈 샤오밍 왕 모나시대 겸임교수는 “내륙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이는 이동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지역에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빈곤 지역 주민들은 생계와 자원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해안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특히 빈곤층의 ‘강제적 정착’ 현상을 지적했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어업, 항만, 도시 일자리에 접근하기 위해 비공식 거주지가 해안 가까이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 지역은 홍수와 태풍, 침식에 취약하다. 반면 고소득 지역은 제방과 방파제 같은 인프라를 통해 해안 거주를 유지하거나, 여유롭게 내륙으로 옮길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기후 변화는 동일하지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은 극명히 갈린다.

 

 

대륙별로는 남아메리카가 17.7%로 가장 높은 해안 접근률을 보였고, 아시아가 17.4%로 뒤를 이었다. 유럽과 북미는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여전히 부유층이 해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왕 교수는 “유럽과 북미의 고소득층은 해안에 머무는 비율이 높았다”며 “이는 부와 기반 시설이 집중된 탓이지만, 방어 시설에 대한 과신이 오히려 위험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세아니아 지역은 ‘부와 위험이 맞물린 대표 사례’로 꼽혔다. 어업과 관광업에 의존하는 섬나라들은 바다와 떨어질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연구진은 “오세아니아에서는 부유층과 빈곤층 모두 해안으로 이동하는 이중적 현상이 나타난다”며 “경제적 이유와 문화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단순한 물리적 후퇴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관리된 후퇴(Managed Retreat)’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해안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고려하고 생계 보호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해안 후퇴는 필연적이며, 이를 위한 정책적 판단에는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사회적 영향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 시대에 ‘적응 능력의 불평등’이 얼마나 큰 격차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위협 속에서도 어떤 지역은 내륙으로 물러서고, 어떤 지역은 해안을 지키며, 또 다른 곳은 생계를 위해 오히려 바다로 더 다가가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생존의 불평등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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