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세계 식음료 산업이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정립된 소비자 인식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성’, ‘회상(레트로)’, ‘감각적 경험’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방향을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은 최근 발표한 ‘2026 식음료 트렌드 보고서’에서, 건강과 안정, 그리고 감성적 즐거움을 중시하는 소비 심리가 향후 산업 전반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 소비자들이 몸에 밴 ‘회복 탄력성’이 이제는 ‘지속 가능한 행동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불확실한 경기 속에서도 사람들은 식생활을 통해 안정감과 즐거움을 찾고 있으며, 특히 독일 성인의 약 3분의 2는 ‘불확실한 시대를 잘 살아가는 법’을 식음료 선택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응답했다.
첫 번째 트렌드는 ‘다양성의 복원’이다. 보고서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더 이상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건강·환경·문화적 가치가 결합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지방 제로’나 ‘저탄수화물’ 열풍이 지나갔듯, 극단적 식단보다는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균형 잡힌 식생활이 대세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백질 중심 식단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섬유질이나 식물성 영양소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다양한 식물성 원료를 조합한 간편식이나, 제품 라벨에 ‘몇 가지 식물성 재료가 들어 있는지’를 명확히 표시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레트로 감성’이다. 기술과 인공지능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위안’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맛과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기보관 식품이나, 원산지와 생산자 스토리를 강조한 브랜드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유럽 시장에서는 전통적 조리 방식과 품질을 고수하면서도 편의성을 더한 제품들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비상식량’이 아닌 ‘생활형 비축품’ 개념이 확산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집안의 식료 저장공간을 하나의 안심 자산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기후 위기 속 ‘업사이클링’ 개념이 재조명되면서, 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식감·풍미의 제품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 제시된 ‘감각적 몰입’은 시각·촉각·후각 등 다중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 중심 소비를 의미한다. 음료의 색감이나 질감, 향 등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소비자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의도된 요소’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최근 ‘더티 소다’나 향이 강조된 프리미엄 초콜릿처럼 SNS에서 화제를 모은 제품들이 그 단초다. 특히 GLP-1 계열 다이어트 의약품 사용자들처럼 식사 만족감이 줄어든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감각적 즐거움을 회복시키는 식품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2030년을 기점으로 식음료 브랜드들이 고령층과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소비자 등 세분화된 집단의 감각적 요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씹기 편한 질감의 식품이나 조용하고 자극이 적은 식음 공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Z세대를 중심으로 ‘새벽 제과점 모임’이나 ‘카페형 파티’ 등 새로운 사회적 경험이 확산되면서, 음식과 음료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감정을 교류하는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식음료 산업의 미래는 기술이나 기능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연결된 경험’에 달려 있다는 점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다. 건강을 넘어 감각, 그리고 기억 속의 위로까지 아우르는 식문화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