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지난 10년간 지중해 서부 해역에서 해양 바이러스의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ICM-CSIC)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ISME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은 현상이 지중해의 해양 생태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스페인 히로나에 위치한 블라네스만 미생물 관측소가 10여 년 이상 축적한 세계 최장기 해양 바이러스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감소가 해수 온도 상승과 투명도 증가와 맞물려 있으며, 이는 영양염류가 점차 고갈되는 ‘빈영양화(oligotrophication)’ 현상의 징후라고 설명했다.
해양 바이러스는 미생물 군집을 조절하고, 탄소를 심해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돕는 등 해양 생태계의 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의 감소 추세는 해양 생산성과 생태 안정성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자비에르 로페스 알포르하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바다의 가장 미세한 생명체까지 바꾸고 있다”며 “해양 바이러스는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조정자이자 핵심 구성 요소로, 그 감소는 연안 생태계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는 플랑크톤 생장을 조절하고, 미생물 분해를 통해 영양염류를 재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소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물량을 줄이고, 어류나 패류, 갑각류의 먹이 사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일부 바이러스는 병원성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이들의 감소는 양식장 등에서 유해 세균이 증식할 가능성을 높여 수산업의 건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팀은 현재 지난 20년간 수집된 해양 바이러스 샘플을 대상으로 유전적 다양성 변화를 분석 중이다. 이를 통해 단순한 개체수 감소뿐 아니라, 바이러스 종 다양성의 손실이 병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ICM-CSIC 측은 “예비 분석 결과, 이러한 현상이 특정 해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중해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임을 확인했다”며 “해양 생태계의 미세한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어업 생산성과 탄소 순환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해양 바이러스 연구가 단순한 미생물학적 관찰을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시스템의 복합적 반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