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도시들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을 병행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폐기물 기반 소재인 바이오차가 다양한 도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바이오차X에 실린 관점 논문은 뉴욕, 싱가포르, 베이징, 알렉산드리아, 도쿄 사례를 토대로 바이오차의 도시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폐기물 순환, 탄소 저장, 대기질 개선, 기반시설 강화 등 복합 효과를 강조했다.
바이오차는 농업 부산물, 식물성 잔재,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 폐기물을 산소 공급을 제한한 상태에서 열분해해 얻는다. 이 과정에서 유기물이 장기간 안정적인 탄소 구조로 변환돼 매립지의 자연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억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이 도시의 순환경제 전략과 탄소 저감 정책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특히 도시 포장재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주목했다. 폭염기나 도로 보수 시 아스팔트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배출되는 문제가 있는데, 실험 결과 표면적을 높이거나 특정 광물 성분을 포함한 바이오차가 이 물질을 흡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실험에서 아스팔트 배출 VOC의 최대 76퍼센트가 제거된 사례도 소개됐다. 연구진은 바이오차를 도막재 또는 하부층에 혼합할 경우 오염 저감뿐 아니라 열 스트레스와 산화 작용을 완화해 포장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분야에서도 바이오차의 적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논문에 따르면 바이오차를 시멘트와 콘크리트에 혼합하면 내부 탄산화 반응이 촉진돼 이산화탄소 고정 효과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미세 구조가 보강돼 내구성, 균열 저항성, 수분 관리 성능도 향상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건축물과 교량 등 구조물이 장기적 탄소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토양 개선 효과도 언급됐다. 조밀하고 영양분이 부족한 도시 토양에 바이오차를 적용하면 통기성과 보수력, 미생물 활성도가 높아진다. 논문은 해외 실증 사례로 유기성 퇴비와 바이오차를 병행할 경우 농작물 생산성이 크게 증가한 결과를 소개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바이오차·퇴비 혼합 처리로 고추 생산량이 약 50퍼센트 늘어난 사례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도시 농업과 가로수 관리에서 물·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생육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질 분야에서도 활용성이 제시됐다. 바이오차는 중금속, 염료, 영양염류, 난분해성 유기물 등의 흡착 매질로 사용 가능하며, 일부 시스템에서는 용존 납의 70퍼센트 이상, 염료 오염의 최대 95퍼센트가 제거된 사례가 보고됐다. 또한 혐기성 소화조 내 바이오차 투입은 메탄 생산성을 27퍼센트 이상 높이는 등 유기성 폐기물의 에너지 회수 효율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바이오차 활용을 시험 중이다. 뉴욕시는 가로수 식재 공간에 바이오차 함유 토양을 적용해 강우 침투율과 생존율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그린루프와 수질 정화 베드에 바이오차를 도입해 열 저감·배수 효율을 시험 중이며, 베이징과 도쿄는 폐기물 처리와 연계한 생산·건설 활용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관개 효율 개선과 토양 회복을 목적으로 한 실증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표준화 부재가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입 폐기물 종류, 열분해 온도, 후처리 방식에 따라 바이오차 특성이 크게 달라 도시 사업에서 일관된 성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성 평가와 조달 기준 마련, 공공사업 내 사용 규격 설정, 탄소 저장 가치에 대한 정책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연구진은 바이오차가 에너지 전환이나 교통 체계 개선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도시 기반시설과 녹지·수자원 관리 전반에서 다목적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폐기물을 지역에서 처리해 다시 도시로 돌려보내는 구조를 강화할 경우 기후 대응과 자원 절감 효과가 중첩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