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파티 후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의류 제작용 실로 전환하는 기술이 미국 대학 연구에서 출발해 산업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은 플라스틱 순환 활용을 높이는 동시에 합성섬유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배출 문제를 줄이기 위한 시도를 담고 있다. 연구진은 파티컵을 원료로 한 필라멘트사를 활용해 니트류를 제작하는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당시 연구팀은 일회용 컵을 녹여 길게 압출하는 장치를 제작했고, 이를 일정 길이로 절단·냉각해 실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연구는 졸업생 로런 초이가 주도했으며, 그는 파티컵을 섬유로 재가공하는 스타트업 ‘더 뉴 노름’을 설립해 기술 개발을 이어갔다.
초이 연구팀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부드럽고 내구성 있는 직물로 전환하는 공정을 연구해 왔다. 졸업 이후에는 레이놀즈 컨슈머 프로덕츠 등에서 연구 지원을 확보해 레시피를 개선하고, 초기 실험 단계에서 산업 규모로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파쇄된 플라스틱 컵은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에 위치한 시설로 보내져 합성섬유와 혼합돼 필라멘트사 형태로 생산된다.
생산된 실은 뉴욕 브루클린의 공장으로 이동해 컴퓨터 제어 기반 3D 니팅 시스템을 통해 니트류로 가공된다. 기존 직물 산업의 ‘컷 앤드 소’ 방식과 달리, 3D 니팅은 제품 형태 그대로 편직해 봉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섬유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산업디자이너들은 3D 니팅 적용 시 생산 효율이 10~30% 높아진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합성의류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기술 개선의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세탁 과정에서 방출되는 미세섬유는 해양으로 유입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의 약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크릴 직물 13파운드 분량을 세탁한 실험에서는 세탁 1회당 70만개 이상 섬유가 검출됐다는 연구도 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폴리에스터 의류 한 벌에서 세탁 한 번에 1900개 이상 섬유가 떨어져 나오는 현상이 확인됐다.
미세섬유는 주로 짧은 단섬유를 꼬아 만든 방사사에서 많이 발생한다. 더 뉴 노름은 절단된 섬유가 아닌 연속 필라멘트 기반의 실을 사용해 표면 이탈 섬유를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초이 측은 “실이 연속된 필라멘트 구조여서 일반적인 폴리에스터 방사사보다 섬유 끝단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는 필라멘트 직물에서도 완전한 무방출은 어렵지만, 이탈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구조적 특성으로 평가된다.
제조 단계에서도 미세섬유 오염이 발생한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공정 효율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공정에서 절단·재봉 과정에서 버려지는 잔여 직물이 전체 폐기량의 일정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3D 니팅을 통한 자투리 저감이 공장 내 폐기물 배출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더 뉴 노름의 첫 번째 파티컵 니트 컬렉션은 출시 후 약 두 달 만에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생산 규모는 수십 파운드 단위에서 수천 파운드 단위로 확대됐다. 제품 가격대는 45~85달러로, 중간 가격대 의류 브랜드와 유사한 범위를 보인다. 글로벌 섬유 시장에서는 의류용 섬유의 60% 이상이 합성섬유로 구성돼 있으며, 상당수가 신규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으로 생산된다.
연구진은 기존 플라스틱을 순환 활용하는 방식이 전체 의류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폐기물 감소와 제조 효율 개선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의 선택, 적정 세탁 빈도, 필터 사용 등과 함께 디자인 단계의 혁신이 플라스틱 사용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